[삼성證 112조 유령주사태]①삼성증권 연구원, 계좌에 잘못 들어온 78만주 매도…모럴헤저드 비판 거세
배당금 대신 112조원 규모 주식 배당사고를 낸 삼성증권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300억원대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임연구원인 이 애널리스트는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장 초반 착오배당된 주식을 시장가에 매도해 삼성증권 주가 폭락의 방아쇠를 당겼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9시 증시 개장 직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성증권 강남금융센터에서 개설된 한 계좌에서 78만4000주의 매도 물량이 시장가에 출회됐다. 이 계좌의 주인은 삼성증권 본사 소속의 한 선임 연구원 A씨로 확인됐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선임 직책은 다른 기업의 대리급을 지칭한다.
시장가에 78만4000주의 대규모 매물이 출회되자 삼성증권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시장가 매도란 매도자가 팔고 싶은 가격을 지정하지 않고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매수자가 주식을 사겠다고 주문을 낸 가격)에 주식을 파는 주문을 뜻한다. 빠른 속도로 매매를 체결시킬 때 주로 시장가 주문을 내는데 대규모 매물 출회시 주가 급락을 초래한다. 삼성증권 주식 78만4000주는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약 312억원 어치에 해당된다.
A씨가 78만4000주를 매도한 사실로 볼 때 그가 원래 받아야 했던 배당금은 78만4000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은 보통주 1주당 1000원을 배당했으므로 보유 자사수는 784주 내외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증권 임직원 가운데 가상으로 발급된 주식에 대한 매도 주문을 내 체결이 된 사람은 총 16명으로 파악됐다.
익명의 한 삼성증권 직원은 "계좌를 열어보니 수백억원대 주식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지만 당연히 회사에서 시스템 사고를 냈다고 생각했다"며 "함부로 매도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의 상징으로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는 기업과 금융, 투자 전반에 관련된 정보를 분석해 소속된 금융사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직업이다. 증권거래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과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때문에 엄정한 중립성과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때문에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등록 1년 이내 소속 금융사로부터 준법 및 윤리 교육을 1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주식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애널리스트가 주가 급락을 초래할 걸 알면서도 시장가에 가상주식 매도를 감행해 삼성증권의 조직관리와 내부통제 이슈는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주식을 매도한 직원은 전체 임직원 2200여명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매도한 직원에겐 윤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주식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도 이날 사과문에서 "정직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절대 있어서는 안될 잘못된 일"이라며 "투자자 여러분께 삼성증권 임직원을 대표해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조기정상화에 앞장섰어야 할 직원들 중 일부는 오히려 주식을 매도했다"면서 "삼성증권 대표이기에 앞서 한명의 투자자이기에 이번 사태에 대해 더욱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삼성증권 창구의 삼성증권 주식 매매 내역을 확인해보면 총 571만5850주가 매도로 출회됐고 366만1430주가 매수됐다. 즉 205만4420주가 순매도 물량인 셈이다.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회수되지 않은 가상주식은 이날 종가 3만8350원 기준으로 788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삼성증권은 배당금 지급일인 6일 우리사주조합 소속 직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의 배당금 대신 1000주의 주식 지급하는 배당사고를 냈다. 우리사주에 원래 지급되어야 할 배당금은 28억3162억원인데 28억3162만주(5일 종가 기준 약 112조원)를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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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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