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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삼성證, 최대 110조원대 배당 사고…모럴해저드 논란속 소송戰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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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016360)에서 사상 최악의 배당 사고가 발생했다. 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하는데, 전산실수로 주당 1000주(4000만원 상당)가 배정됐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서만 실수가 발생했다"고 했으나, 우리사주 물량만 따져도 작년말 기준 283만1620주(3.17%)에 달한다. 이날 잘못 부여된 주식배당 물량이 무려 113조원(우리사주 전량 1000주씩 배당 가정시)에 이른다.

삼성증권은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소송을 통해서라도 뒷정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어떻게 뻔히 실수인 줄 알면서 직원들이 주식을 팔았느냐"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문제 제기하고 있다. 주식을 판 직원은 30~40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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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증권은 장초반 11% 이상 급락하다가 정오쯤부터 2%대 하락세로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이날 주가 급변동으로 2분간 체결이 정지되는 VI는 무려 5번 발동됐다. 이 때문에 하한가까지 급락하진 않았다.

◇ 1000원 아닌 1000주 배당…업계 "직원들이 너무했다" 반응도

이날 급락의 원인은 삼성증권 매도 물량이었다. 오후 1시 현재 540만주 이상 물량이 출회됐다. 삼성증권 주식 하루 평균 거래량이 50만주가량인데, 이의 10배 이상이 삼성증권 창구에서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삼성증권 직원이 판 물량이 540만주가량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해 배당금이 입금되는 과정에서 배당금 대신 주식이 입고되는 전산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일반 투자자 보유 주식에는 배당 관련 전산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주당 1000원을 배당키로 했었다. 즉, 우리사주에는 1000원이 아닌 1000주가 입고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전산 사고를 장개시 직후 인지하긴 했다. 이후 부랴부랴 내부 전산망에 공지했으나 이미 30~40명 직원이 주식을 판 상태였다. 삼성증권은 매도 금지 공지를 낸 이후 매도한 물량은 100% 환수하겠다고 했고, 그 이전 매도 물량은 좀 더 검토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20%만 돌려줘도 된다고 하더라"라는 설이 제기됐으나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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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주가 추이(분봉) /키움증권 캡처



일각에서는 모럴 해저드라고 삼성증권 직원들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다른 한 증권사의 기획실 직원은 "1주를 들고 있던 조합원에게도 1000주(4000만원 상당)의 주식이 배당됐다는 건데, 이 정도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증권업계에선 '누가 수백억원을 벌었드라'하며 재미있어하는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안타까움만 느낀다"고 했다.

한편 주식을 매도한 일부 삼성증권 직원은 "매도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전량 매도 주문을 누른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투매에 놀란 다른 투자자들…"사태 파악 中"

주식배당을 받은 투자자가 직원들이니만큼 자금 환수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실물 발행되지 않은 주식에 대한 매도 물량만큼 도로 장내에서 사들이기로 약속했다. 현재 삼성증권은 120만주 가량을 되샀다. 나머지 420만주도 원칙적으로는 오늘 내에 매수해야 한다.

문제는 다른 투자자들이다. 급락에 놀라 손절매한 투자자 등 다른 시장참여자들 중 일부가 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사건 자체는 해프닝에 가깝지만, 그 규모 때문에 여진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투자자는 "갑자기 삼성증권 창구에서 너무 많이 팔아 무슨 대형 악재가 있는 줄 알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증권정보업체 사이트 등에 남기고 있다.

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일단 정확한 사태를 파악해야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상황 파악부터 끝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수, 매도간의 캐피탈 차익 금액, 거래비용과 개인 소송 등은 회사의 비용이 될 것이나 손실 금액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아쉬운 요인"이라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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