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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매경이 만난 사람] 개항 17주년 맞은 인천국제공항 정일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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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달 30일 공항공사 접견실에서 2001년 개항 이래 17년간 일궈낸 성과와 앞으로의 성장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올 초 누적 여객 6억명을 돌파했고 국제 여객 수 기준 세계 7위의 글로벌 공항으로 성장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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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3일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래 최악의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수하물처리시스템(BHS) 고장으로 비행기 159편이 지연 출발하고 승객의 짐 5200개를 비행기에 실어 보내지 못하는 시스템 오류가 일어난 것. 18일 뒤에는 중국인 부부가 3층 면세구역에서 법무부 출국심사대와 보안검색대를 유유히 통과해 밀입국하는 사건까지 더해졌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공백 기간에 벌어졌다.

이때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61)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석 달 넘게 평일 오전 7시, 휴일 오전 5시에 출근해 하루 평균 14시간을 근무하며 공항 전 분야를 챙겼다. 매일 현장에서만 5~6시간을 보냈다.

곧바로 공항은 정상화됐고, 인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12연패(2005~2016년)를 달성했다. 올해 들어 제2여객터미널 개장이 순조롭게 이뤄졌고, 평창동계올림픽 여객 수송도 아무 문제없이 마무리됐다.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잘 정리됐다.

글로벌 최고 공항의 이름을 쌓아가고 있는 인천공항이 지난달 29일 개항 17주년을 맞았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은 스마트공항, 사회적 가치 실현, 해외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했다"면서 "2027년까지 세계 '톱3' 공항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영 성과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한 이래 연평균 7.5%의 여객 증가율을 기록하며 올해 초 누적 여객 6억명을 돌파했다. 개항 17년 만에 국제여객 세계 7위, 국제화물 세계 3위 공항으로 성장했다. 취임한 이후 여객 26%, 화물 12.6%가 성장해 역대 최고의 운항 실적을 냈다. 개항 이래 처음으로 매출 2조원 시대(2017년 2조4306억원)를 열었고, 당기순이익 1조원 시대(2017년 1조1164억원)를 견인했다. 2016년 이후 영업이익률은 6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20~30%대인 유럽 선진 공항과 아시아 최대 공항인 홍콩공항(50% 초반대)보다 높다. 이는 국고 지원 없이 제2여객터미널 등 공항 시설을 조기 확장하고 여객공항 이용료 등을 낮게 유지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공항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2연패, 복합리조트 사업자 계약 체결, 페덱스 화물터미널 유치 등을 이뤘고 폴란드·멕시코 등 신규 항공사를 대거 유치했다. 지난해 정부 배당금 4725억원, 국세 3727억원, 지방세 319억원 등 총 8771억원의 국가 재정에 기여했다. 인천공항의 시장가치가 38조원에 이른다는 관측도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 한국전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초우량 공기업임을 뜻한다.

―공기업 경영이 어떻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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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보기에 인천공항은 안정적이고 독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경쟁적이고 비즈니스 요소가 매우 강한 곳이다. 싱가포르, 홍콩, 중국, 일본 등의 대표 공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다. 변화와 혁신이 없으면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중국은 베이징 제2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이 시설을 확장 중이고, 홍콩 첵랍콕공항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올해 제4터미널을 개장하고 2025년까지 제5터미널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은 하네다·나리타공항 등과 관련된 항공 정책을 바꿔 공격적 경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는 시장이 중국과 일본보다 작고, 인건비가 중국보다 비싸다. 중국·일본 공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긴밀히 움직이지 않으면 힘들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부터 시작해 2023년까지 4단계 확장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제2터미널 확장, 제4활주로 건설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2023년 인천공항 연간 여객처리용량은 현재 7200만명에서 1억명으로 늘어난다. 2027년까지 연간 1억명 정도의 국제여객을 유치해 국제선 여객 처리 기준 세계 '톱3' 공항이 되려고 한다. 이후 제3터미널과 제5활주로 건설이 핵심인 5단계 확장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2030년 인천공항 연간 여객처리용량은 1억3000만명으로 증가해 '세계 3대 초대형 공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시설 확장 등 과정에서 2020년까지 3만명, 2022년까지 5만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 내겠다.

―소프트웨어를 체계화할 필요 있는데.

▷맞는다. 그래서 '스마트공항' '사회적 가치 실현' '해외 사업'을 인천공항의 신성장 DNA로 삼았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고 스마트공항을 만들려고 한다. 공항 접근 교통, 주차, 체크인, 검색, 탑승, 비행기 이륙·관제까지의 모든 출국 절차와 입국해서는 짐, 차를 찾는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구현하겠다. 공사 직원과 상주 직원들의 근무 환경도 마찬가지다. 이미 공사 전 직원에게는 최근 모든 종이를 없애고 태블릿PC를 지급했다. 태블릿PC를 통해 모든 보고와 회의를 할 예정이다. 스마트공항은 효율성을 높여 사무 혁신·공항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대표 공기업 위상에 걸맞게 공사 본연의 일을 하면서 안전·보안, 협력·입주사 동반성장, 사회적 약자 배려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겠다.

―인천공항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인천공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해외 사업과 공항 주변 개발이 중요하다. 인천공항은 2009년 이라크 아르빌공항 사업을 수주하면서 해외 공항 사업에 진출했다. 해외 공항 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세계 공항은 뻔하다. 우리를 비롯해 프랑스 파리공항, 네덜란드 스히폴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5곳 정도다.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3~4년 안에 4단계 확장 등 셋업이 끝나면 해외로 본격 진출할 것이다. 우리 공항을 톱클래스로 발전시키려면 외국 공항 지분 인수와 지분 맞교환(Swapping) 등의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북방경제권인 러시아 사할린공항 등의 지분을 인수하면 동남아시아·호주행 여객 등이 인천공항을 이용해 인천공항 허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고객 중심·현장경영' '혁신과 도전' '소통과 협력'을 중시한다. 매일 아침 현장에서 시작하고 답을 찾는 현장경영이야말로 최고의 고객 만족과 무결점 공항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도 나는 직원들에게 공항에만 있지 말고 서울 명동·강남 등 최신 유행과 사회 분위기를 주도하는 곳을 찾아 고객 취향과 감성을 배우라고 한다. 과연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 불편해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공유하고 혁신적 도전과 방법론을 찾아 해결해주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지난해 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마무리 지었는데.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빈틈없이 이행하겠다. 비정규직 시절보다 임금이나 복지를 향상시키고 최저임금 대상자가 없도록 하겠다. 하지만 임금·복지 처우는 한꺼번에 개선하기 힘들다. 현재 임시 자회사 1곳에서 12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있는데 앞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직원이 많기 때문에 1차 정규직 전환자들에 대해서만 처우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비정규직 시절 사업자에게 주던 8~9%의 이윤 중 일부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쓰는 방안을 올해 상반기 노조와 협의해 결정하겠다.

업무 추진력 탁월한 로맨티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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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인 부친이 공무원이 되길 희망했지만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2학년까지 공인회계사(CPA) 시험 준비를 하다 가 이듬해 행정고시로 진로를 변경했다. 대학 3학년 때 행시 1차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봤지만 불합격했다. 이듬해 2차 시험에 합격해 재학 중 행정고시(23회)를 통과했다. 정 사장은 국토부에서 잔뼈가 굵은 항공전문가로 불린다. 1981년 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사무관으로 임용돼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과 활주로 건설 현장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인천공항 건설 초기인 1992년엔 항공정책과장을 맡아 김포공항 국제선 분담 문제 등 다양한 항공 정책을 만들어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당시엔 국제항공협력관으로 국제선 확보를 위한 항공회담, 유엔기구, 항공다자협력기구 등을 담당했다. 2001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계 항공산업 10위권 내로 성장한 한국이 세계 항공업계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ICAO 상임이사국에 진출하지 못하면 항공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실패하면 자리를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쳐 2001년 9월 상임이사국 선출을 이뤄냈다. 2009년에는 항공정책관과 항공안전본부를 합쳐 항공정책을 총괄하는 항공정책실을 만들어 항공산업 발전의 기틀을 제공했다.

"국토부 도시교통정책과장 시절 대통령 신년 보고 5개 현안에 도시교통 문제가 들어 있었어요. 1월에 보고할 예정이었습니다만 4월까지 넘어갔어요.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고 하루 3~4시간 정도 자며 보고 준비를 했습니다."

목표를 정하면 쉬지 않고 밀어붙이는 추진력 때문에 워커홀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로맨티시스트이기도 하다. 결혼 이듬해인 1984년부터 현재까지 약혼기념일인 5월에 아내(박상숙 씨)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고 있다. 장미꽃 송이는 햇수만큼 늘어나 올해는 35송이를 건넬 계획이다. 결혼기념일과 아내 생일이 연말 정기국회와 겹쳐 공무에 충실하다 보니, 챙기지 못하는 경우를 염려해 약혼식 날을 세리머니데이로 택한 것이다.

정일영 사장은…

△1957년 충남 보령 출생 △용산고,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영국 리즈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23회) △국토부 항공철도국장, 항공안전본부장, 항공정책실장, 교통정책실장,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제7대 사장(2016년 2월~현재)

[대담 = 김경도 전국취재부장 / 정리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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