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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월드리포트] 미 북동부의 눈폭풍과 정전 피해…지중화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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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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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월입니다만 미 북동부 대부분 지역에는 오늘(2일) 새벽부터 함박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곳은 20cm 이상 눈이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달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네 번이나 눈폭풍이 몰아쳤습니다. 큰 눈이 예보된 주의 주지사들은 앞다퉈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관공서는 물론 학교도 문을 닫고 많은 기업들은 집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공부나 일을 조금 덜 할 수는 있겠지만 잘 보이지도 않는 미끄러운 길에서 사고를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 같습니다.

하지만 집에 있는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게 정전 피해입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강한 바람에 나무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지상에 있는 전깃줄을 건드리기 일쑤입니다. 나무로 된 전신주가 한 쪽으로 기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겨울철 눈폭풍이나 가을로 접어들 무렵 허리케인으로 미국 교외의 정전 피해가 유독 많은 이유는 전력설비의 지중화가 덜 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겨울철 정전은 앞서 말씀드린 이유 뿐만 아니라 대규모 제설작업에서도 비롯됩니다. 눈폭풍이 예보되면 소금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이 하루 전부터 주요 도로는 물론 인도까지 한가득 소금을 뿌려댑니다. 눈이 그친 다음 차량들이 도로에 가득한 소금 성분을 짓이겨 공중에 퍼트리게 되고 여기에 약간의 습기가 더해지면 전신주에 있는 애자를 고장내는 원인이 됩니다. 눈이 온 다음 날 멀쩡한 전신주에 갑자기 불꽃이 일다가 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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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폭풍이 몰아친 다음 관할 지자체와 민간 전기회사가 서둘러 복구에 나서보지만 정전 피해 가구가 쉽사리 줄지 않는 것은 병원이나 학교 같은 다중 이용시설부터 복구가 시작되고 이어 아파트, 그 다음 일반 가정에 차례가 돌아옵니다. 비상용 발전기를 돌리면 되긴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라도 기름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점이 흠입니다.

대안은 지중화가 될 수 있지만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입니다. 보통 1마일(1.6km)에 1백만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0억 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역과 지형에 따라 이 돈의 절반이 들기도 하고 3배나 드는 곳도 있습니다. 이 많은 돈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각 지역의 민간 전기회사가 떠안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각 가정의 전기료에 전가될 수 밖에 없는데 많게는 한 달에 10만 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가정에 따라 비용과 편익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인터넷이나 전화회사의 이해관계가 전기회사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비용 문제에 더해 지중화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지역별로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되는 곳도 많습니다.

때로 정전은 불편함을 넘어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돈과 시간 외에도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지중화라는 해법 대신 기존 설비를 보완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로 된 전신주를 금속재로 교체하는 작업 등입니다. 미국 교외의 주민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잦은 정전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 있는 듯 보입니다.

[최대식 기자 dscho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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