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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예고된 중국발 '폐기물 대란'‥업체 '배짱'·정부 '늑장'·주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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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수도권 곳곳에서 폐비닐과 스티로폼 폐기물을 재활용품으로 수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지가 붙은 1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단지에서 관리원들이 폐비닐을 정리하고 있다. 중국의 폐자원 수입 규제 등으로 인한 폐자원 가격 급락으로 재활용 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주민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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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일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모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주민 A(70)씨가 경비원 B(66)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술에 취한 채 비닐을 분리 배출하려 했지만 B씨가 "이제 비닐을 버리면 안 된다"고 제지하자 홧김에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뻔히 예고된 중국발 '폐기물 대란'에 정부ㆍ지방자치단체가 늑장 대응하면서 주민들의 생활 불편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생산 최소화ㆍ적극적인 재활용 등 전반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수도권 지자체 등에 따르면 1일부터 수도권 아파트 단지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비닐ㆍ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하면서 각 가정마다 '폐기물 대란'이 현실화됐다. 단독주택ㆍ빌라 등에선 기초 지자체들이 예전과 마찬가지로 수거ㆍ분리ㆍ재활용을 수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에게 위탁해 재활용품을 처리해 온 아파트 단지들이 문제다. 아파트 단지들은 그동안 재활용품 분리 수거 업체들에게 종이ㆍ고철 등을 걷어 가는 대신 비닐ㆍ스티로폼 등 돈 안 되는 재활용품도 수거해 가도록 했다. 재활용품 시장 상황이 좋을 땐 가구당 월 300∼1000원씩의 부수입도 챙겼다. 수거업체들도 고철ㆍ종이에서 나오는 수익 외에 비닐ㆍ스티로폼을 발전소용 고형 연료 등으로 쓰는 중국에 수출해 마진을 챙겼다.

지난해 7월부터 자체 폐기물로도 수요가 충족된 중국이 외국 폐기물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사태가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 수출 길이 막혀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수거업체들이 지난달 말 일제히 아파트 단지들에게 '비닐ㆍ스티로폼 수거 중단'를 통보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200여개 수거 업체들에게 비닐ㆍ스티로폼, PET병 수거를 맡겨 온 아파트 단지들이 1일부터 폐기물 대란에 처했다. 서울 시내에서만 1일 평균 100여톤 안팎의 비닐ㆍ스티로폼이 분리배출 되지 못한 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불법 투기되거나 쌓여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환경부나 지자체들은 이처럼 뻔히 '중국발 폐기물 대란'이 예상됨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 환경부는 수거 중단을 코 앞에 둔 지난달 30일 '재활용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불법이다. 깨끗하게 씻어서 분리 배출하라'는 기존 원칙이 담긴 서류 한 장을 각 자지체에 보낸 게 전부이고 2일에서야 관련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부터 시내 25개 모든 자치구를 대상으로 폐비닐 수거 현황과거부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기물 처리 혼란을 코앞에 두고서다.

조강희 환경브릿지연구소 대표는 "중국이 폐기물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생활폐기물 생산 최소화ㆍ적극적 재활용 등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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