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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Science &] 유독 심해진 미세먼지·황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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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대한민국…과학으로 풀어본 미세먼지 그리고 황사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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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흐릿하다.

25일부터 한반도 전역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가라앉을 만하니까 29일부터는 황사가 시야를 가렸다.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거나 실외로 나갈 때는 마스크를 쓰는 풍경이 이제 일상이 됐다. 최근 한반도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이유는 대기 정체 현상 때문이다. 지난겨울부터 미세먼지 농도는 기온과 비례해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왔다. 기온이 높은 날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찬바람이 불어 기온이 뚝 떨어진 날에는 하늘이 맑아 '삼한사미'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국의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가리킨 25일의 한반도 기온은 평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 정체된 미세먼지가 바람에 휩쓸려 빠져나가야 하는데 바람이 불지 않는 만큼 미세먼지가 축적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전국적으로 남쪽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동시에 미세먼지는 정체돼 한반도를 떠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기 정체 현상의 원인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지구온난화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구온난화와 대기 정체를 설명하는 여러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5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독일 포츠담기후영양연구소 논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빙하 면적이 줄면서 드러난 바다와 육지가 태양빛을 흡수하고, 이때 달궈진 바다와 육지는 열을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이로 인해 강하게 부는 바람인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이동성 고·저기압의 활동성이 떨어지고 대기 흐름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역시 마찬가지다. 제트기류 약화는 북쪽에 있는 찬 공기가 갑자기 한반도로 내려와 강추위를 유발하거나 북서풍이 약해지면서 대기 정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최근 한반도 대기 정체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확실한 근거를 찾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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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야기하는 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입자상 물질을 말한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 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공사장은 물론 소각장과 같은 곳에서도 먼지는 수시로 발생한다. 크기 또한 다양하다. 입자 크기가 5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먼지를 '총먼지(TSP·Total Suspended Particles)'라고 부른다. 먼지의 입자가 10㎛로 머리카락 두께인 50~100㎛보다 작은 경우 미세먼지라고 부른다. 먼지 크기가 10㎛ 이하인 먼지를 PM10이라고 하며 2.5㎛보다 작으면 PM2.5로 분류한다.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2.5㎛보다 작은 먼지를 의미한다. 초미세먼지는 인체에도 더 잘 침투하는 만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정에서 가스레인지, 오븐 등을 사용한 조리 과정에서도 미세먼지는 발생할 수 있다.

황사는 일반 미세먼지보다는 크기가 크다. 황사는 고비사막과 중국 몽골사막 등 발원지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 작은 모래 입자들이 대기 중으로 떠오른 뒤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온다. 중국의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발생한 중금속 물질 등이 황사에 섞여 넘어올 수 있는 만큼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황사 발원지의 토양 입자 크기는 주로 1~1000㎛로 다양하며 그중 우리나라에서 관측되는 황사는 대기 중에 수일 동안 떠다닐 수 있는 1~10㎛의 입자들이다. 미세먼지는 시기마다 농도 차이는 있지만 사계절 내내 발생한다. 황사는 주로 3~5월께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준다. 강한 서풍을 타고 한국을 거쳐 일본, 태평양, 미국 대륙까지 날아갈 수 있다. 황사가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이유는 모래먼지가 발생하는 발원지 고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기 상층부로 갈수록 바람은 많이 불고 눈에 띄는 경향성을 갖는다. 제트기류나 1년 내내 한반도 서쪽에서 불어오는 서풍이 대표적이다. 높은 고도에서 대기 중으로 흩어진 황사는 그만큼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무거운 입자는 빨리 떨어지면서 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에 악영향을 미친다. 가벼운 입자는 바람을 타고 한반도는 물론 지구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미세먼지는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다. 상공 1㎞ 이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대기 현상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지 않으면 정체돼 쌓이면서 농도가 높아진다.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스상 오염물질이다.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등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하는 물질인데 처음 배출될 때는 미세먼지에 포함되지 않는 기체로 분류된다. 하지만 대기 중에서 햇빛을 받거나 다른 물질과 만나 미세먼지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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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이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먼지와 오염물질 간의 상호작용"이라고 설명했다. 햇빛이 강하면 오염물질 간 화학반응이 촉진되면서 미세먼지 발생량이 급증한다. 한국에서는 이처럼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이 유독 빠르게 미세먼지로 전환되는데 아직 이 이유조차 밝히지 못했다. 영국 런던이나 미국 LA에서 발생한 스모그 현상 역시 이 같은 화학반응의 결과물이었다. 가스상 오염물질을 '2차 미세먼지'라고 부르는 이유다. 유럽과 미국 등은 자국의 상황에 맞는 2차 미세먼지 기여도를 갖고 있다. 이는 대기 중으로 흩어진 가스상 오염물질이 미세먼지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를 측정하는 척도가 된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상태다. 그나마 지난해 국가미세먼지사업단이 발족되면서 이 같은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 연구진이 유럽 계수를 기준으로 가스상 오염물질이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2013년 기준, 서울에서는 한 해 동안 1만8500t 규모의 미세먼지가 배출됐는데 이 가운데 91%가 가스상 오염물질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지역별 산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미세먼지 발생 원인도 차이가 있다"며 "미세먼지 대책은 포괄적인 접근보다는 지역별·산업부문별로 구체적이고 세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發 미세먼지 中과 협상하려면 '스모킹건' 잡아야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해 정부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봄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현안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정부는 중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면 다각도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서풍을 타고 중국 미세먼지가 넘어온다는 주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하지만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를 이야기한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신뢰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KORUS-AQ 예비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질 관측 기간 중 동아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영향은 대체로 작았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유입은 5월 25일에서 28일 사이 한 차례의 짧은 기간에만 관측됐다"며 "국내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영향은 5월 17일에서 22일 사이 대기가 정체돼 있던 기간에 극대화됐다"고 적었다.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미세먼지 국내 요인이 52%, 중국 요인은 34%"라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박록진 서울대 교수는 "연구에서 강조한 것은 6주간 여러 가지 기상 패턴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여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라면서 "중국에서 많은 오염물질이 넘어올 때는 중국 기여도가 70%까지 올랐고 정체 현상이 심했을 때는 국내 기여도가 50%까지 올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 기여는 계절마다, 매일매일 다르다"며 "중국 기여도 역시 기상 현상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연구를 한 기간에 한 해 평균값을 낸 것으로 이를 토대로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크다고 중국에 대책을 요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연구에 참여한 또 다른 연구자 역시 "국내 영향만으로 환경 기준을 초과하는 사례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중국에서 얼마만큼의 미세먼지가 들어오는지 정량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의 동위원소를 분석했더니 중국발이라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한 과학자는 "동위원소를 이용해 중국발 미세먼지를 확인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중국과 한국에서 발생하는 중금속이 크게 다르지 않아 과학적인 결론을 내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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