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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한미FTA' 北美대화 인질로…통상카드 꺼내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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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北비핵화 단일한 입장 유지하려 韓협박" 해석
"성급하게 대화 수용했다" 美 비판에 언제든 발 뺄 수 있다는 모습 보여줘
韓정부 안보·통상 투트랙 전략 수정 불가피…셈법 복잡해져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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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갑작스레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북미 대화를 연계하고 나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한미FTA가 타결된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상 이후로 최종 타결을 미룰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한국 정부를 향한 무언의 협박이라고 보고 있다. 북미 대화 직전까지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 전선에서 자칫 생길 수 있는 한미간 균열을 막기 위해 한미FTA를 지렛대로 삼고, 북한에게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얼마든지 미국이 물러설 수 있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美 언론들 "한국에 대한 협박" 해석= 이번 발언은 남북이 정상회담 날짜를 4월27일로 발표한 직후 나왔다. 한국이 북한과의 만남을 결정한 상황에서 앞으로 북한에 대한 최대 수위의 제재와 압박은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통상 카드를 사용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얻어내려면 한미간 단일한 입장 유지가 중요한데, 한국 정부에게 이를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김정은이 핵 야욕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있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 한국의 휴전선을 언급한 것도 비슷한 의중이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선을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과 비교하고, "다른나라의 국경을 지키느라 정작 미국의 국경 관리를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을 보라. 거기에 국경(휴전선)이 있고 이를 지키는 장병들이 있다. 우리는 제대로 돈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다른 나라의 국경을 지키기 위해 그들에게 수십억달러를 쓰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국경조차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률을 높여야한다는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광범위하게 한국의 안보 이슈를 지적함으로써 한국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안보와 통상은 분리한다'는 투트랙 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이슈를 안보를 위한 압박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중을 확실하게 드러냄에 따라 한국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미국 내 비판여론 잠재우기…"언제든 발 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너무 빨리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성과에 급급했던 나머지 준비 없이 대화를 수용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언제든지 미국도 발을 뺄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이 대화에 대해 "잘 안 된다면 그대로 갈 것이고 잘 된다면 그것을 수용할 것"이라며 아리송한 발언을 했다. 북미대화가 성사될 때까지는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화법이다.

미 CNN방송은 "정상회담 수락 결정 과정에서 충동적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서 덫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특유의 즉흥적 스타일로 임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NBC 방송은 "외교적 해법을 주장했던 사람들 조차 트럼프 행정부가 냉전 이후 가장 도전적인 이번 핵협상에 제대로 준비돼 있는 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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