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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작은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버스 떠난 정류장은 커피컵 쓰레기통?…버려진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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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커피컵 반입금지에 그대로 두고 휙

-의자ㆍ난간ㆍ땅바닥 곳곳 음료 쓰레기 천지

-휴지통 있어도 “급해서”…컵속 음료도 ‘골치’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서울 서대문구 홍대입구 역 앞 버스정류장. 갑자기 ‘퍽’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버스정류장 의자 아래에 먹다 남은 음료수 캔이 떨어져 있었다. 난간 위에는 다른 음료 캔이 바람에 위태롭게 놓여있었다. 급하게 버스를 타기 위해서 누군가 놓고 간 흔적이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시내 곳곳의 버스정류장에선 사람들이 먹다 남은 커피, 콜라, 물 등 각종 음료 컵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1월 4일부터 서울 버스에서 음료 타는 승객을 거부할 수 있는 조례가 개정되면서, 서울 버스에서 음료를 탈 수 없게 되자 벌어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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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서대문구 홍대입구역 근처 버스정류장에 빈 음료수 병이 난간 위에 위태롭게 놓여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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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료수를 버리는 장소는 다양했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놓고 가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난간이나 땅바닥에 버리는 일도 흔했다. 버스정류장 인근 상점 앞 계단에 음료를 쌓아두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마을 버스정류장 인근의 문 닫은 가게 앞에는 커피 컵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인근 휴대전화가게 직원은 “누군가 한 명이 여기에 버리고 가면 모두 따라서 버리고 간다”며 “버스정류장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왜 여기에 버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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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누군가 버스정류장 의자에 놓고 간 커피 컵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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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버스정류장에 쓰레기통이 있지만 사람들이 음료 캔이나 컵을 아무 데나 놓고 가는 이유는 “급해서”였다. 이날 저녁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 경기도 고양시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 김모(29ㆍ여) 씨는 “커피를 다 마시고 타겠다고 버스를 한번 놓치면 1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음료 컵을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하더라도 문제였다. 버스가 오는 바람에 누군가 급하게 쓰레기통에 버린 컵에는 대부분 음료가 남아있었다. 절반 이상 음료가 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쓰레기통을 비우던 환경미화원 이모(56) 씨는 “음료를 따로 버리는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꼭 먹다 남은 음료를 그냥 휴지통에 버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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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버스정류장에 붙여진 버스에 음료 컵을 들고 탈 수 없다는 안내문구.[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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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떠난 자리 놓여진 음료 컵을 보는 시민들은 미관상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대학생 김세윤(23) 씨는 “의자에 앉았는데 누가 버린 음료수를 툭 쳐서 옷에 쏟은 적이 있다”며 “남은 커피 여러 개가 놓인 것을 보면 불쾌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버스 안에서 음료를 못 먹게 하는 것이 과잉행정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시민은 “마시고 남은 음료를 놓고 가는 시민들도 잘못이지만 잘 마시고 버스 안 휴지통에 잘 버리라고 안내하면 되지 굳이 불필요한 규제를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버스를 타기 직전에 음료를 사는 일은 애초에 삼가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커피 컵이나 쓰레기를 정류장에 두고 가는 것은 시민의식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버스 안이든, 버스정류장이든 뜨거운 액체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으니 아예 안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민들의 동선에 맞게 쓰레기통을 비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버스정류장에는 음료 분리수거 통을 더 많이 설치해 급하게 버스를 타더라도 곧바로 음료 통에버릴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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