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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밀착카메라] 공유지에 '무단 경작'…"내 땅" 영역 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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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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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유지'가 허락도 없이 텃밭이 돼 있거나 쓰레기로 가득 차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관리 감독이 허술한 탓입니다. 이렇게 무단으로 점유된 '공유지'가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달합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라북도 전주시의 한 야산입니다.

이곳 주변에는 곳곳에 알림판이 붙어있는데요.

내용을 보면 '이 땅은 공유지로서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고, 사용했을 경우에는 변상금이나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주시청이 붙인 알림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알림판 주변으로도 각종 농작물과 쓰레기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어디까지 텃밭이고 어디서부터 쓰레기인지 구별이 힘들 정도입니다.

포장마차 구조물과 냉장고 여러 대가 섞여 있고, 석면 지붕 조각들도 버려져 있습니다.

6600㎡, 약 2000평 규모의 이 땅은 전라북도가 소유한 도유지입니다.

농작물을 심거나 다른 이유로 사용하려면 공개입찰을 통해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도유지에서 정식으로 허가받고 경작 중인 밭은 한 곳도 없습니다.

일부 알림판의 아래쪽에는 이렇게 자진 철거하라는 계고장까지 붙어 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이 밭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성명 부분에 이름 대신에 '무단 점유시설물의 소유주 혹은 무단경작자 귀하'라고만 표시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단 경작인들이 주로 새벽과 저녁에만 밭을 가꾸는 데다, 주변에 CCTV나 관리실이 없습니다.

단속해야 할 지자체는 인근 아파트와 주택가 주민들 소행으로 추정할 뿐입니다.

무단으로 땅을 사용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표시도 해놨습니다.

[지자체 관계자 : 자기네들 땅이라고 경계친 거 같아요. 이렇게 지저분하게 한 것도 다. 자기네들끼리 막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소송도 하고, 도 땅인데도 불구하고…]

전주시는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분하는 한편,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불법 경작물 정리를 예고한 시유지에서 다시 텃밭이 등장한 사례도 있습니다.

현재 경기도 의정부시가 소유 중인 땅입니다.

행정단지가 들어설 자리 주변에 현수막이 굴러다닙니다.

무단 경작을 막기 위해 시가 내건 경고문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밭이 보입니다.

의정부시가 이미 지난해 수확 철이 끝나고 정리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무단 경작인들은 시유지라는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땅을 비워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사용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관리를 안 하니까 쓰레기만 버리잖아 지금. (농작물) 심어 놓으니까 쓰레기는 안 버리더라고.]

[빈 땅 있으면 하고 그러는 거지. 합의가 된 게 아니라. 근데 뭐 다들 하던데. 저쪽에도 주인 없어도 다 했어요. 몇 년을 해 먹었는데.]

의정부시는 해당 용지가 공기업에 매각될 예정으로 단속 강화보다는 계도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전국 국·공유지의 10%인 6만 8000필지가 무단 점유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달하지만, 점유자 확인이 가능한 것은 이 가운데 3분의 1에 그칩니다.

모두의 공간이어야 할 이 땅이 더이상 오염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런 '이름 없는 철거 명령'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부의 이기심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이 비극을 바로잡지 않는 지자체의 책임이 더 커 보입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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