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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생생확대경]인터넷 규제, 10년 전 MB 시절로 돌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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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솔직히 MB 정부 초기를 보는 것 같다’

이데일리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해 포털 뉴스에서 댓글 기능을 없애는 방안까지 고려한다는 소식에 드는 생각이다.

신경민, 박광온 등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광고 수입 말고 포털 뉴스 댓글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가”, “포털이 위법한 콘텐츠에 신고 접수 후 24시간 이내 차단·삭제할 의무를 지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댓글 폐지 얘기까지 나온 것은 가짜뉴스나 혐오 표현이 갈수록 심해져 여론을 조작할 지경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추미애, 우원식 같은 지도부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에는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이나 여론을 조작하려는 행위가 있으니 규제하자는 주장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한나라당도 ‘사이버모욕죄’ 추진

2008년 장윤석, 나경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이버모욕죄’ 법안을 만들려 했다. 인터넷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형법상 친고죄로 규정돼 있는 요건을 완화하자는 것이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당시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사이버모욕죄’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사이버모욕죄를 법률상 규정한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부정적인 보고서와 법대 교수 등 228명 전문가의 비판 성명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인터넷 자체를 죄악시 하는 질서주의적인 관점들

지금과 차이는 뭘까. 인터넷 자체의 특성을 죄악시하거나 질서주의적인 관점으로 본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정권은 보수 정부에서 민주 정부로 바뀌었지만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욕하지 말라’는 속내는 다르지 않다.

2008년 5월 수사기관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포털 게시물을 모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요청하고, 포털사업자들에게 해당 게시물을 삭제토록 압박한 사실이 있는데, 민주 정부에서도 추미애 대표가 “대통령을 ‘재앙’과 ‘죄인’으로 부르고…이를 방조하고 있는 포털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발언했다.

‘사이버모욕죄’ 파동 이후 우리나라에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라는 기구가 생겼다.

포털 사업자 스스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등의 각개 인사들이 모여 인터넷상의 차별·혐오 표현이나 연관 검색어 배제 정책 등을 심의하고 결정한다. 최근 이슈화된 ‘가짜뉴스’에 대한 정책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다원화된 민주주의’ 지향하는 인터넷 정신 지켜야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법으로 ‘깨끗한 인터넷’을 만들자고 한다.

인터넷에서도 지상파방송처럼 강력한 편집권이 행사되길 바라는 것일까. 그런 엘리트주의가 민주주의 발전에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일까.

하지만 인터넷은 일도양단하듯 할 수 없는 매체다. 인터넷에서의 표현과 여론 형성은 대단히 복잡하게 돌아가고, ‘다원화된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해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 한다면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경제정책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100일 넘게 옥살이한 뒤 무죄로 풀려난 ‘미네르바’ 사건이 기억난다. 정치권력이 인터넷 자체를 통제하려 하면 더 큰 사회적 갈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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