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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한미 FTA 개정협상, 한국車 내수 주고 美 픽업트럭 시장은 포기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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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무관세 대가로 한국 차산업 타격 불가피

아시아경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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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생산ㆍ수출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로 또 다시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미국 안전기준만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미국차의 물량이 2만5000대(제작사별)에서 5만대로 늘어나게 됐다. 반대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픽업트럭 시장의 관세장벽(25%)은 종전 2021년에서 오는 2041년까지 20년 연장키로 함에 따라 시장 진출을 노리던 현대기아차는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FTA를 대표적 불공정 협정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면서 핵심 품목으로 자동차를 지적했었고 이번 협상에서 업계 우려대로 자동차에서 일정 부분 한국이 양보한 상황이 연출됐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입장은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데 픽업트럭시장을 사실상 포기할 상황에 몰리면서 미국 시장 전략을 어떻게 다시 짤 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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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연간 대미 수출액은 자동차 146억5100만달러, 자동차부품 56억6600만 달러로 전체 수출(686억1100만 달러)의 21.4%, 8.3%를 차지했다. 자동차 산업 혼자서 2017년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달러)의 72.6%(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한 셈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효자이지만 무역적자 축소가 목적인 미국으로선 가장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산업인 것이다. 이에 미국은 협상 초기단계 부터 자동차의 수입 쿼터 확대, 자동차 수리 이력 고지와 배출가스 기준 등 미국 자동차 업계가 비관세장벽이라고 여기는 규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쿼터량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더욱 많은 미국차가 들어 온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독일을 필두로 하는 유럽차와 일본차에 밀려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차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엎친데 덮친 모습이다.

이미 시장에선 미국차 돌풍이 거세다. 미국 대표 브랜드인 캐딜락은 지난해 총 2008대를 판매하며 1996년 브랜드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판매 성장률은 82%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 가운데 가장 가팔랐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 일본만 생각했는데 이젠 미국과도 겨뤄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독일, 일본 브랜드의 미국 현지 생산 차량의 우회진입 문제도 제기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 BMW, 도요타 등 한국에서 성적이 좋은 브랜드들은 미국 공장을 운영중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이번 개정협상의 혜택을 볼 것이란 설명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 미국차는 아직 수요가 크지 않다. 미국 생산 타 브랜드들이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데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 측이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조건을 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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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의결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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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의 경우 당장은 피해가 없지만, 현대기아차의 대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 2020년께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기반으로 하는 중ㆍ소형 픽업트럭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개발도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수 현대차미국법인(HMA) 법인장(부사장)은 올초 미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산타크루즈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을 개발 중"이라며 "그간 현대차가 판매 물량에 자신감이 없어 픽업트럭 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고, 반드시 필요한 차종이라 한국 본사에 개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픽업트럭 미국 시장의 규모는 280만대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픽업트럭 시장은 경기회복과 저유가 등으로 최근 5년(2012~2016년)간 연 평균 6%씩 성장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도 뛰어들었지만 한미 양국 정부가 관세철폐 기간을 연장함에 따라 현대차 픽업트럭은 국내서 제작해 미국에 수출될 경우 상당 기간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업계가 그나마 한숨 돌리는 것은 가장 걱정했던 '미국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 등을 요구했는데 한미FTA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 원산지와 관련해 "미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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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김 본부장은 국무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를 보고 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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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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