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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사설]이젠 정부가 임금 내역까지 간섭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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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의 임금정보를 알 수 있도록 ‘임금정보 제공 청구권’을 신설하는 방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했다. 기간제·단시간·파견 근로자 등이 정보 제공을 청구하면 사용자 측이 동일·유사업무 정규직의 기본급과 상여금·성과급·수당 등의 임금 내역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일·유사업무를 동종·유사업무로 바꾸고 노조나 근로자 대표에게 청구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청구권을 폭넓게 부여하자는 취지다. 벌써 고용부가 연내 법제화를 목표로 관련법 개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시정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회사의 임금 내역까지 간섭하는 것은 곤란하다. 청구권 남용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청구권이 시행되면 사용자는 비정규직·정규직 업무를 어떤 식으로든 구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되레 물가 상승과 고용 감소만 초래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약자를 괴롭히는 아이러니다. 무엇보다 임금정보는 내밀한 개인정보이자 회사 기밀에 속한다. 이렇게 중요한 자료가 청구권을 통해 공개되면 개인정보 유출을 두고 노노 갈등이 커질 공산이 크다. 노조가 이를 회사 압박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도 다분하다.

정부는 임금차이가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예상치 못한 혼란을 자초한다는 것을 최저임금 과속에서 경험하지 않았는가. 근시안적 정책실험에서 벗어나 노동개혁이라는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강성 노조의 파업과 지지율 하락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시장 유연화 등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좋은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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