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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팀장칼럼] 최저임금인상·근로시간 단축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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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단축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다. 이들 정책을 통해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자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리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에는 더 이상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올랐다. 지난 16년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경기불황으로 고전하는 상황인데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금이 넉넉치 못한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오는 7월부터 직원이 300명이 넘는 회사는 직원이 52시간 이상 근로할 수 없다. 2020년 1월부터는 직원 300명 미만인 회사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로자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정부의 취지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르자 직원을 줄이고 대신 가족들이 나서 일을 하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기존 직원들의 근로시간 단축되면 추가로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부담이 8조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구인난으로 중소기업이 뽑지 못한 인원까지 충원하려면 10조 7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다. 자금력이 풍부한 소상공인들과 알짜배기 기업도 있겠지만 이를 부담할 수 없는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한국에서 굳이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 중소기업계에는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예전보다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지는 인건비가 아직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전자업종의 경우 베트남 인건비는 한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6억 5000만명이 살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위치한 베트남은 물건을 팔기도 좋다. 기업가들에게 한국보다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취지와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정권의 입장에서는 대선 당시부터 강력하게 주장해 온 두 정책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안은 하나다.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일감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쉬는 '탄력적 근로'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탄력적 근로 기간이 3개월로 제한돼 있다.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면 이를 3개월 안에 해소해야 한다.

유럽·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최대 1년까지 허용하고 있다. 연간 평균 근로시간만 준수하면 필요할 때 언제든 집중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아예 최장(最長) 근로시간 제한이 없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을 넘기면 시간 외 수당만 제대로 주면 된다.

한국은 아직까지 유럽과 일본 미국보다 경제적으로 뒤쳐졌다. 과대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지금보다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해외 경쟁사들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데 우리는 두 손, 두 발 묶어놓고 싸우면 생존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경영인의 우려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박지환 산업부 강소기업팀장(daeba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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