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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APAS]나의 봄은 ‘못 봄’…스프링에디션에 담긴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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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 봄이 짧아지고 있다. 봄은 왔다는데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사무실에서 스터디룸에서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도시 직장인과 취준생들에게 봄은 ‘못 봄’이다. 그리하여 2030이 봄의 허기를 달래는 방법은 벚꽃이 아니다. 그나마 벚꽃을 담은 ‘스프링에디션’(봄 한정판) 상품들로 허기를 달랜다.

봄이 짧아질수록, 내 마음 속 봄이 점점 멀어질수록 ‘봄 한정판’을 산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래서 봄 에디션은 다른 계절의 에디션과는 확연히 다르다. 소유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작고 확실한 행복이 담겨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봄은 맞이하는 게 아니라 소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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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봄은 책상에서 시작된다



“일단 예쁘잖아요, 봄 에디션은. 눈길을 확 끌어요. 그래서 더 봄이 온 것 같고, 필요한 것 같아요(웃음). 충동구매인 줄 알면서도 사요. 안 써서 쌓여있는 것도 많은데 그래도 뭐, 계절 바뀐 기념이죠.”

22일 생활용품업체 다이소에서 만난 윤지(29) 씨는 이날 ‘봄’을 질렀다. 벚꽃이 곱게 프린트 된 마스킹 테이프와 스티커, 벚꽃 캔들과 텀블러 등 1만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달 23일부터 출시된 다이소의 ‘봄봄시리즈’는 총 110여종. 벚꽃이, 딸기가 그려진 100가지가 넘는 소품들에서 우리는 그렇게 꽃이 피기도 전, 봄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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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34) 씨는 이달 초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봄 신상 휴대폰 케이스를 주문했다. 한겨울 아이폰을 따뜻하게 지켜준 기모 소재의 휴대폰 케이스를 벗겨내고 블링블링한 글리터가 반짝이는 벚꽃 에디션으로 장착했다.

“이런 게 소소한 즐거움이죠, 하루하루 일에 치이고 사람한테 치이는데…이렇게라도 화사한 거, 예쁜 거 사다보면 마음에 위안이 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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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와 연보라색을 믹스한 네일아트, 스타벅스 ‘체리블라썸 라떼’ 역시 하루 중 점심시간 겨우 20~30분 햇볕을 쬘 수 있다는 나연 씨만의 봄을 즐기는 방법이다.

봄도 깨우고 지갑도 깨우는 벚꽃 에디션



마트에 불고 있는 벚꽃 바람은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깨우고, 우리의 지갑도 깨운다. 본격적인 봄 시즌이 시작되면서 유통업계에서 쏟아내는 스프링에디션은 소비자들에게 필요에 의한 소비 그 이상을 재촉한다.

팔도의 ‘봄꽃 비빔면’은 SNS(소셜미디어) 상에서 인증샷이 줄이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고, 롯데리아가 준비한 ‘포켓몬 스노우볼’ 벚꽃 에디션은 지난 20일 출시 이후 하루 만에 2만 5000개가 모두 팔리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롯데주류가 봄 프로모션으로 준비한 ‘처음처럼 봄꽃잔’ 역시 지난 19일부터 연일 완판 행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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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지난해 1700만개의 판매고를 올린 ‘초코파이情’과 ‘후레쉬베리’ 봄 한정판을 올해 새로운 맛으로 다시 내놨고,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출시 후 한달 만에 완판됐던 ‘기린 이치방 벚꽃 스페셜 에디션’을 다시 들고나왔다. 이외에도 코카콜라, 후디스그릭 요거트, 체리블러썸 그래놀라, 허니버터칩, 카누 스프링블렌드 아메리카노, 클리어 아사히 등 21일 하룻동안 마트에서 발견한 봄 한정 식음료 제품은 최소 10여종이 넘는다. 스프링에디션 위의 화사한 벚꽃의 향연은 소비자에게 이렇듯 예쁨과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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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봄 시즌 상품은 봄이라는 새출발의 이미지대로 계절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상품으로 트렌디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봄한정판은 특히 디자인이 예뻐서 젊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많이 하고, SNS상에서 사진을 활발히 공유하기 때문에 실제로 브랜드 호감도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봄날의 소확행



‘봄 에디션은 예쁘니까 산다’는 말은 진리다. 그저 새 상품에 대한 호기심에 일회성 소비를 하기도 한다. 상술일 뿐이라며 견고하게 오리지널 제품을 추구하는 소비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한정판을 채워놓는 우리들의 자세는, 짧아지는 봄, 봄 같지 않은 봄, 나에겐 오지 않을 것 같은 봄날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때문이 아닐까.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스프링에디션을 구매하는 소비 심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가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건 사용 편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유하는 자체로 만족을 얻는 경우도 있다. 봄 한정 상품은 특히 그렇다. 봄이라는 짧은 시간에 희소 가치가 있는 상품을 손에 넣으면 만족감이 커진다 .”

봄한정판을 산다는 것은, 봄을 즐기는 또다른 방식이자 불안을 잠재우는 행위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계절에 맞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서 남들과 비슷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일반적인 소비 트렌드를 따르는 것도 사회생활의 일부다. 소비는 관계 속에서 자극을 받기도 하니까, 그 때에 걸맞은 소비 행위를 함으로써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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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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