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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시나쿨파] 미국이 중국에 무역보복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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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 6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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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미중간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2일 미국이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부과 계획을 밝히자 중국은 23일 30억달러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응수했다.

600억달러 대 30억달러다. 미국이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폭탄’을 퍼붓는데, 중국은 겨우 30억달러다. 미국이 폭탄을 퍼붓는데 중국은 최루탄으로 대응하고 있는 격이다.

◇ 미국은 폭탄 퍼붓는데, 중국은 최루탄으로… : 중국은 23일 상무부 성명을 통해 “중국의 이익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서 볼 수 있었듯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게 보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하자 한국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큰 나라는 보복할 카드가 많지만 작은 나라는 보복할 카드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 중국도 미국에 비하면 소국 : 중국은 한국에게는 대국이지만 미국에게는 소국이다. 중국이 많이 발전했지만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기준 12조달러다. 미국은 19조달러다. 아직도 미국이 중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미국이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부과를 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이 30억달러에 불과한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것은 중국이 대화로 무역분쟁을 해결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낸 것이다.

이는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미국의 대중 전문가들도 대부분 이렇게 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중국을 담당했던 티모시 스트래퍼드는 22일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보복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대화로 문제를 풀고 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하지도 못할 것이다. 미국도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 미국 농민들이 가장 큰 피해 : 전문가들은 미국 농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경제발전으로 미국에서 농산품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캐나다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미국 농업의 대중 의존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경제발전으로 고급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함으로써 미국산 와인이 주요 수입품이 됐다. 중국은 이뿐 아니라 육류 소비가 급격하게 늘자 가축용 사료로 미국의 옥수수 등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은 2000년대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의 수입을 중단하거나 관세를 물리면 미국의 농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관세부과 효과도 거의 없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중국산 타이어 수입이 줄긴 했다. 그러나 베트남산 타이어가 대거 수입됐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었지만 전체 무역적자는 전혀 줄지 않았다.

◇ 중국이 더 크기 전에 길들여야 :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미국이 대중 무역보복의 칼을 꺼낸 것은 차제에 중국을 길들여 놓겠다는 심산이다. 중국이 더 커지기 전에 중국의 군기를 확실히 잡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보수파들은 지금이 아니면 미국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이 더 크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어느 정도 '중국 포비아'가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일본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내수 시장이 1억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내수시장이 13억 명이다.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 밖에 있다. 중국이 조금만 더 크면 미국은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미국이 중국의 군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번 무역 보복으로 중국을 길들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이 진정 위험한 것은 세계의 자유무역질서를 흔든다는 점이다. 재화의 흐름은 물의 흐름과 같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재화도 이익이 나는 곳으로 흐르게 돼 있다. 이 순리를 거스르면 경제가 꼬인다.

이를 사전에 막는 예방주사가 바로 자유무역이다. 자유무역은 전지구의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마법’을 발휘한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전세계에 그토록 가르치지 않았던가!

중국 하나 혼내자고 그토록 노력해 쌓아온 자유무역질서를 미국 스스로 무너트리는 것은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트럼프는 '바보 천치(moron)'다" 필자가 아니라 최근 전격 해임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한 말이다.

뉴스1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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