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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청와대 "일베 사이트 폐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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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하라" 23만명 청원에 답변… 靑, 전반적 실태조사 나서기로

전문가 "現정권, 野땐 인터넷실명제도 반대… 폐쇄 명분 없어"

청와대가 23일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대해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지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대통령이 개헌안에서 표현의 자유를 그렇게 강조해놓고 자기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언로는 막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이날 청와대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23만여 명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린 '일베 폐쇄' 요구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 비서관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웹사이트 전체 게시물 중 불법 정보가 70%에 달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며 "일베의 불법 정보 게시글 비중 등이 사이트 폐쇄 기준에 이르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는 불법 정보 비중뿐 아니라 해당 사이트 제작 의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사이트 폐쇄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도 했다.

김 비서관은 일베에 올라갔던 세월호 희생자 허위비방 글을 예로 들었다. 과거 한 일베 회원이 '세월호 피해자들이 침몰 직전 집단 성행위 등을 했다'는 등의 글을 올려 크게 문제가 된 사건이었다. 김 비서관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 정보, 가짜 뉴스 등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벌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그 글을 썼던 일베 회원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 청와대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 대해 "수사기관이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비서관은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포털에서 '댓글 조작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수사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도 청원이 올라온 직후 경찰에 관련 수사를 의뢰했었다.

이 두 사례를 놓고 한 법조계 인사는 "청와대가 특정 사건을 언급하면 수사나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두 건 모두 주로 대통령 지지층이 싫어하거나 여당이 문제로 삼았던 문제였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직접 침해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응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권에서 복수의 광풍이 불어서 방송도 저리됐는데 일베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현 정권이 야당일 때에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며 인터넷 실명제도 반대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베 폐쇄는 명분이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제대로 된 좋은 공론장을 만들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심각한 비하글 등은 해당 네티즌에 대한 수사로 엄벌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음란·도박 사이트가 폐쇄된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일베에 허위·비방글이 많긴 하지만 폐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검토는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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