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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여적]헨리 조지의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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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미국의 경제사상가 헨리 조지(1839~1897)가 주창한 토지공개념을 언급했다가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추 대표는 연설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지대 추구의 덫’에 걸려 있다. 필요하다면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토지공개념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러자 보수야당은 “토지소유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공산주의 국가처럼 토지를 몰수해 국유화하겠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보수야당의 이런 반발은 헨리 조지의 사상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하층민 가정에서 태어난 헨리 조지는 원양어선 선원, 광부, 인쇄공 등으로 일하다 1871년 지역신문사를 차려 발행인 겸 기자로 근무했다. 주로 경제 관련 기사와 칼럼을 썼던 헨리 조지는 1879년에 펴낸 <진보와 빈곤>에서 “기존의 모든 세제를 없애고 토지 사용의 대가인 ‘지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토지가치세’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공공의 몫으로 삼으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토지공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진보와 빈곤>은 수백만부가 팔려나갔고, 헨리 조지의 사상을 추종하는 수많은 ‘조지스트’들이 생겨났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부활>에서 토지 소유자들의 오만함을 비판하면서 자신을 ‘조지스트’라고 밝혔다. 중국의 쑨원은 토지 소유를 평균화해야 한다는 ‘평균지권론’(平均地權論)을 주창했다.

청와대가 지난 21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토지공개념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개인의 토지 소유권은 인정하되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용과 처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은 “시장경제체제를 흔들고 사유재산제도의 근간을 위협하는 개헌안”이라고 비판했다. “겉은 오렌지색이면서 속은 빨간 ‘자몽헌법의 본편’”이라는 색깔론도 제기했다. 시장경제를 옹호하며 노동소득과 개인 재산소유권을 주장했던 헨리 조지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제발 내 사상을 제대로 알라”며 통탄할 일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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