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의 목표는 명확하다. 천문학적 규모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첨단산업 경쟁에서 중국을 제압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대 중국 무역에서만 3천752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8천억 달러 규모인 전체 무역적자의 절반에 가깝다. 미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관세법, 무역법 등을 내세워 중국에 파상공세를 펼쳐온 이유다. 중국이 덤핑, 보조금 지급, 지식재산권 침해 등으로 불공정무역을 하는 만큼 이를 바로 잡아 적자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USTR은 25%의 관세를 적용할 품목 후보군 1천300여 개를 간추렸다고 한다. 행정명령 서명일로부터 15일 안에 후보군 목록을 게시하고, 그 후 한 달 동안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부과 품목을 결정한다. 최종 관세부과 품목에는 신발, 의류, 가전 등 100여 개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한다. 규모나 강도에서 대중 무역제재의 결정판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중국도 추가 무역보복을 할 게 뻔하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메주콩)와 항공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의 대두는 생산량(연간 140억 달러어치)의 3분의 1이 중국으로 수출되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중국이 대두에 보복관세를 물리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또 보유 중인 1조1천7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매각을 무기로 쓸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보복관세 경고에 재반격을 공언했고, 중국도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번 무역전쟁이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다.
미·중의 무역전쟁은 우리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수출 가운데 중국이 25%, 미국이 12%를 점유한다. 중국은 한국산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가 패닉상태에 빠진 것이 그런 우려를 보여준다. 2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9.26 포인트(3.18%) 빠진 2,416.76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 폭이 6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우리가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중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미·중 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산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4월 말까지 유예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그 정도에 마음을 놓은 상황은 전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몰고 올 충격파는 그 강도와 타격 범위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정부가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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