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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겨레 사설] 두 전직 대통령 동시 구속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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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구속수감 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되는 일이 재현됐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3년 만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운다는 차원에서 불가피하다. 지체된 정의 실현이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보다는 분명히 낫다.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은 부패와 비리, 국정농단이 횡행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정치보복 운운하며 정치적 논란거리로 삼을 일이 아니다.

20여년간 국민을 속이며 ‘차명 인생’ ‘거짓 인생’을 살아온 것으로 드러난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되면서까지 교묘한 말장난을 되풀이했다. 그는 입장문에 “오늘날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적었다. 참회의 글로 보기 어렵다.

이 전 대통령은 경선 당시 도곡동 땅 의혹 등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 했고, 퇴임 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했다. 뻔뻔한 일이다. 검찰도 밝혔듯 11년 전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당선 무효’에 해당된다. 대통령 시절 공무원을 동원해 차명재산을 관리시키고, 인사와 공천 등을 빌미로 거액을 챙겼다. 국민을 속여 대통령이 됐고, 그 거짓에 기반해 비리를 저질렀다. 이런 지도자를 가진 건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지만, 뒤늦게라도 단죄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은 국격 훼손이 아니라 정의를 바로 세워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이 전 대통령 시절 집권당이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정치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참으로 딱하다. 정치보복으로 보기엔 혐의가 너무 충격적이다.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을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보수정권 9년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 출발 해도 시원찮을 판에 정치보복 운운하는 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들의 잇단 수난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반면교사 삼아 추상같은 엄격함으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헌법을 비롯한 제도와 관행이 이런 일의 뿌리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고칠 것은 고치고 다잡을 것은 다잡아야 한다. 더 이상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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