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레저홀릭] 찔리시죠? `진상`입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 칼럼은 사실 반성문입니다. 시간에 쫓겨, 취재 핑계로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결국 또 레저홀릭 칼럼 마감이 닥쳐버렸네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께 아예 사죄부터 드리고 갑니다. 그러니까 도무지 아이템을 찾지 못해 작년 칼럼, 살짝 돌려 칩니다. 이런 걸 기자들끼리 전문용어로 '우라까이(우려먹기)' 신공이라고 합니다. 먼저 용서를 구한 만큼 성의 없다는 뒷담화는 참아주시길. 아아, 그런데 더 죄송스러운 말씀을 또 하나 전해야겠네요. 지금 우려먹을 그 작년 칼럼이, 무려 2015년부터 3년째 돌려 막은 아이템이네요.

주제부터 공개합니다. 이번 칼럼 주제는 봄꽃 하면 빠질 수 없는 봄꽃 여행 포인트가 아니라 봄꽃 포인트에 약속이나 한 듯이 등장하는 '꽃진상' 스토리.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진상들, 작년까지 매년 도돌이표처럼 출몰했고, 놀랍게 업그레이드해서 올해까지 나타났으니 또 한 번은 짚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 작년 저의 레저홀릭 4월분 칼럼, 제가 봐도 정말이지 뻔뻔하게 시작합니다. 그러니깐 2017년 4월 칼럼에 무려 2015년 3월 내용을 당당하게 인용한 거지요. 역시 변명도 한결같습니다. 2015년 당시 '꽃놀이 꼴불견 베스트5'를 조사한 설문 결과인데, 2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는. 뭐,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지금부터 한층 더 뻔뻔해지겠습니다. 이거, 3년째 유효합니다.

내용을 보지요. 꽃진상 1위는 과도한 애정표현족. 어김없이 돗자리 깔고 누워서 과도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분들입니다. 2위는 터치족. 그러니까 꽃을 그냥 두지 않는 분들입니다. 기어이 꽃에 손을 대야 감상했다고 느끼는 분들입니다. 3위부터 심각해집니다. 쓰레기족.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뒤에 나오는 쓰레기 양이 10t에 달한다 하니 말 다했습니다.

4위는 소란꾼. 약주 한잔 드시고 소란 피우는 고성방가족, 주폭급 소리꾼분들 여전히 상위권 꼴불견에 랭크돼 있네요. 마지막 5위 진상족은 놀랍게도 셀카족. 폰으로 사진 찍는 거, 누구나 하는 행위입니다. 문제가 된 건 '곡예 인증족'입니다. 땅에 서서 찍어도 될 걸 곡예하듯 나무에까지 기어 올라가시니 말이지요.

자, 여기까진 매년 되풀이되는 도돌이표 꼴불견 유형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업그레이드 봄꽃 진상 빅3 유형도 있습니다.

넘버원은 발로 차기형. 일행 중 한 명이 나무를 발로 찹니다. 우수수 꽃잎이 떨어지는 그 순간, 다른 일행이 인증샷을 찍어주는 뻔뻔한 진상들입니다. 길막기 유형도 꼴불견이지요. 인파가 몰려 걷기도 힘든데, 그 길의 한복판을 기어이 막아섭니다. 셀카봉이나 삼각대까지 흔들어대며 위협하지요.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 무시형들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아, 이 참에 번외 꼴불견도 정리를 해드리지요. 굳이 표현하자면 이 시즌 한몫 잡으려는 '쩐내 진상'입니다. 작년 울산 최대 벚꽃길로 꼽히는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신불산군립공원 입구 작천정 벚꽃축제 현장에는 200개 넘는 노점 몽골텐트가 등장해 난리가 났지요. 눈에 띄지 않고 근엄하게 장사를 하는 꾼들도 있습니다. 봄꽃 간접 마케팅에 나서는 특급호텔들이지요. 여의도 주변뿐 아니라 아차산, 남산 등 벚꽃 포인트 주변 특급호텔들은 꽃축제 기간에 봄소풍 패키지를 슬그머니 내놓고 '꽃 할증'을 요구합니다. 샌드위치에 음료 끼워넣은 피크닉박스 하나 쥐여주고 방값을 뻥튀기하는 셈이지요. 한 잔에 5만~6만원대인 체리블로섬 칵테일도 이때쯤 등장합니다.

작년 칼럼뿐만 아니라 3년 전 칼럼의 마지막은 함민복 시인의 봄꽃을 인용하며 끝을 맺었지요.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환해지고 선해지니/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봄꽃침 제대로 한 방 맞아보려고 우리 독자분들은 '진상침' 스리 콤보(꼴불견·쓰레기·얄팍한 상술)를, 또 저의 우려먹기를 3년째 감내하고 있습니다. 부디, 양쪽 모두 올해가 마지막이길 빕니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