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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액면분할’ 삼성전자 주총 이슈로…中 추격·평택사고 송곳질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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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분할 비율을 50대 1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23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빌딩 5층 다목적홀. ‘삼성전자 49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 이모씨는 “장기적 안목에서 5대 1, 10대 1 수준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250만원 수준인 삼성전자 주식을 5만원꼴로 한번에 쪼개는 건 너무 급격한 변화라는 주장이다. 코스피 대장주를 50분의 1로 쪼개서 굳이 거래량을 늘릴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사 선임 의안을 논의하는 중엔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빨리 넘어가고 액면분할을 논의하자”는 요청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에 대한 우려, 평택 반도체 공장 정전 사고 등 최근 경영 사안과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도 쏟아졌다.

권오현 회장 “코스피 평균 주가에 맞췄다”…4개 의안 원안대로 통과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삼성이 창사 이래 최초로 진행한 액면분할에 대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 액면 분할 이후 주가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은 분할 비율에 대한 주주의 물음에 “코스피 종목 평균 주가가 5만원쯤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10대 1로 쪼갤 경우 주가가 25만원으로 떨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더 많은 소액주주들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결정했다”며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은 (높은 가격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해왔고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불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액면분할 의안과 관련해 일부 주주의 수정 제의가 있었으나 권 회장의 설명이 끝난 후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 주총 결의로 삼성전자는 1975년 6월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43년 만에 첫 액면분할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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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49기 정기 주주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주주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원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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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9시 시작한 주주총회는 10시 55분에 끝났다.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액면분할과 정관변경 등 4가지 의안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상훈 삼성전자 전 경영지원실장(사장),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즈) 부문장 사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 부문장 사장 등 4명이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김종훈 키스위 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 등 3명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날 주총장엔 시작 1시간 전부터 주주들이 몰리며 준비된 좌석이 꽉 찼다. 개의 이후에도 100여명이 밖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중국 무서워”…반도체·휴대폰 등 中 시장에 쏠린 이목

중국도 큰 화두였다. 상당수 주주들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을 궁금해했고,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IT·모바일(IM) 부문의 점유율 확대 전략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반도체 지원은 사실이지만 반도체산업은 여타 산업과 비교해 기술장벽이 굉장히 높다"며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기술격차의 벽이 쉽게 축소되리라 보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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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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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에서 휴대폰 점유율이 한자릿수까지 하락한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에 대해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은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중국 조직 책임자를 대거 교체하고, 세 단계로 나눠져 있던 영업조직을 두 단계로 줄여 의사결정 체계를 빠르게 변경하는 등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 사장은 "중국은 절대로 우리나라처럼 봐서는 안되는 복잡한 시장"이라며 "현지 유통 체계, 관습 등에 대해 (삼성전자가) 놓치고 간과한 부분이 있었고 이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쌓여있던 문제점을 정의하고 고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다. 한 주주가 최근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있었던 정전에 대한 지적을 하자 김기남 사장은 "정전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는 500억원 정도"라며 "35년간 여러번의 사고를 통해서 물샐 틈없이 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환경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TV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나왔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 소니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에 밀리고 있다는 불만 섞인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은 “일부 (시장조사업체의) 데이터가 혼용되고 있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실제 유통에서 판매되는 자료를 보면 우리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며 올해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리더십을 명확히 하겠다”고 답했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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