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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집값 대세 상승기 끝났나 변곡점 맞은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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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서울 양천구 신정동 A아파트를 구매한 김 모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10년 넘게 전셋집에 거주한 그는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주택담보대출을 4억원 받아 내 집을 마련했다. 한동안 집값이 상승곡선을 타나 싶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심상찮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를 지속하는 데다 올해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집값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김 씨는 “매달 월급 받아 대출이자 내는 것도 부담인데 이러다 집값이 급락하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끝을 모르고 치솟던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며 문재인정부가 온갖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는 데다 대출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등 악재로 매매·전세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 물론 한편에서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할 뿐 또다시 집값이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는 ‘부동산 불패 신화’도 만만찮다. 집값 상승세가 이대로 꺾일까, 아니면 대세 상승기를 이어갈까.

매경이코노미

강남 매매·전셋값 꺾이고 거래도 주춤

대출 조이기 등 규제 효과 본격화 눈길


한동안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는 사놓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공식이 통했다. 실제로 입주 5년 미만 역세권 중소형 평형은 매매가가 수천만원씩 안 오른 곳이 없다. 웬만한 지역 새 아파트 분양권마다 억대 웃돈이 붙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집값 상승 폭이 줄고 거래가 급감한 데다 전셋값까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 상승 랠리’가 끝났다는 분석이 솔솔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2%로 전주(0.21%)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월 둘째 주 0.39%를 기록한 이후 7주 연속 감소세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상승세가 주춤하다. 한때 강남권 집값 상승세를 이끌어온 송파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13%에 그쳤다. 강동구 상승률도 0.35%에서 0.14%로, 서초구도 0.15%에서 0.08%로 꺾였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대장주’ 호가는 수천만원씩 떨어진 상태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올 1월까지만 해도 18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16억원대 매물이 등장했다. 한때 19억원까지 치솟았던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 호가도 17억원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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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가 쏟아지고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다. 사진은 연말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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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새 아파트 신드롬’을 반영해온 분양권 거래도 뚝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총 130건으로 지난해 2월(430건) 대비 70% 감소했다. 지난해 5월 1123건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분양권 거래량은 올 들어 감소세가 뚜렷하다. 강남구의 경우 2월 분양권 거래 건수가 1건에 불과했고 양천, 종로, 중랑, 강북, 구로, 중구 등 6개 지역은 분양권 거래가 아예 없을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었다.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지고 분양권 거래가 줄어든 것은 정부 규제 영향이 크다. 문재인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규제를 쏟아내면서 급등하던 강남 재건축 매매가부터 꺾였다. 분양권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것도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입주 때까지 전면 금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올해부터는 청약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50%로 높아지면서 거래량이 급감하는 분위기다. 분양권 전매 차익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해 거래 가능한 매물도 팔기가 만만치 않게 됐다.

매매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데다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던 전셋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월 셋째 주 기준으로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서울 전세금이 하락한 것은 2014년 6월 첫째 주 이후 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초(-0.21%), 송파(-0.14%), 강남구(-0.13%) 등 강남 3구 전세금이 많이 빠졌고 3월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강남권은 노후 아파트가 많은 데다 송파구, 위례신도시 입주 물량이 늘면서 전세 수요가 분산됐다. 일례로 올 12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물량만 9510가구로 웬만한 미니 신도시급 규모다. 때문에 인근 송파구 일대 집주인들은 전셋값이 급락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락동 K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헬리오시티 입주 시기가 한참 남았지만 벌써부터 전세로 내놓겠다는 집주인이 꽤 많다. 입주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헬리오시티뿐 아니라 인근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북권도 구리갈매지구, 남양주 다산신도시 입주가 시작돼 전셋값이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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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금 3년 8개월만에 하락

역전세난 우려에 ‘4년 장기 계약’ 사례도

입주 물량이 대거 몰린 용인, 화성, 평택 등 경기 남부권도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많다. 집주인이 빚을 내 전세금을 빼주는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다. 심지어 역전세난 우려에 남양주 다산신도시 일부 단지에서는 2년이 아닌 4년 장기 계약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완연한 하락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8.5%로 2015년 4월(68.2%)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6년 6월 75.1%로 최고점을 찍은 후 서서히 감소해 올 1월 처음으로 ‘마의 70% 벽’이 깨졌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군 이사 수요가 줄어든 데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고 있어 향후 전세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이 새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나타나면 ‘갭투자자’들이 내놓는 매물이 늘어나 매매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머지않아 ‘전셋값 하락 → 급매물 증가 → 매매가격 하락’ 악순환이 나타나면서 서울 주택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처럼 매매, 전세 시장 할 것 없이 찬바람이 불면서 부동산 시장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주택 공급이 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올해 입주 예정인 전국 새 아파트는 44만가구에 달한다. 2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서울만 놓고 보면 올해 입주 물량은 3만4054가구, 내년에도 3만2719가구로 결코 만만치 않은 물량이다. 지난 3년간 입주 물량이 평균 2만5000여가구인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대출 규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갭투자자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급매물을 쏟아내면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 우려도 크다”고 분석했다.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값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뿐 또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다. 올해 입주 물량이 늘기는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멸실주택 증가로 이주 수요가 많은 만큼 부동산 시장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강남 4구 재건축, 재개발 단지 중 이주 추진 단계인 아파트는 3만가구를 넘는다. 이에 비해 올해 강남 4구에서 입주를 앞둔 단지는 1만5000여가구에 불과하다. 여전히 멸실주택 수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재건축 규제로 오히려 강남권 주택 공급이 줄면 집값이 얼마든지 상승 랠리를 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인기를 끈 데다 자사고·특목고 우선선발 폐지 등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학군 프리미엄’이 생겨 강남 진입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 공급이 늘어나기는 해도 핵심 지역인 강남권 공급은 많지 않고 강남권 진입 수요가 여전한 만큼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있다”는 양지영 R&C연구소장 분석도 새겨들을 만하다.

[특별취재팀 = 김경민(팀장)·강승태·나건웅 기자 / 사진 = 윤관식·최영재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0호 (2018.03.21~2018.03.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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