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사설] ‘제왕적 대통령’ 폐해 수술에 미흡한 靑 개헌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제 마지막으로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가 포함됐다. 결선투표제, 선거 연령 만18세 인하, 선거의 비례성 원칙도 도입됐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들이 우선 눈에 띈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하고,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를 막을 장치도 마련했다. 또 헌법재판소장을 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도록 했고, 감사위원 전원을 감사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던 것을 감사위원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하게 했다. 반면 국회 권한은 확대된다.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회의 재정통제가 강화된다. 지난번 대통령 산하 국민헌법자문특위가 내놓은 자문안보다 진일보한 내용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의 근원으로 지목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수술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감사원을 독립기구화한다면서도 현재와 같이 대통령이 원장을 임명토록 한 것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감사원장도 헌재소장처럼 호선하는 게 옳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눈치를 살핀 전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총리 권한과 관련해서도 현행 헌법의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했으나 책임총리 구현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비대한 청와대 비서실 조직이 내각 위에 군림하며 ‘옥상옥’이 된 현실을 타개할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번 헌법 개정안 준비 과정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비서실 주도로 이뤄져 국무위원은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리가 책임지고 행정 각부를 통할하도록 하려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역대 대통령 전원이 비극의 대열에 서고 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견제는 지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청와대는 어제 오후 대통령 개헌안 전문을 공개했고, 한병도 정무수석이 여야 지도부를 찾아 개헌안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통령 주도의 일방적 발의는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야당의 반발만 부를 뿐이다. 야당도 기왕 대통령 개헌안이 나온 만큼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개헌 논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개헌의 공은 이제 국회에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