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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대청·충주호, 새 이름 잡아라” 충북 지자체 때아닌 ‘이름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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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지명 미정 수역” 밝혀

대청댐과 충주댐 건설로 조성된 인공호수를 놓고 해당 지자체 간에 ‘이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청호’나 ‘충주호’란 명칭이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이곳을 국가지명위원회의 의결을 받지 않은 ‘지명 미고시 수역’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고유명사처럼 표기되던 명칭이 졸지에 무허가 취급을 받게 되자 호수 주변 자치단체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새 이름 붙이기 경쟁에 나섰다.

22일 충북 옥천군에 따르면 최근 7명의 향토사학자와 주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 지명위원회를 열어 대청호를 ‘옥천호’로 변경하는 안건을 심의했다. “대청댐 건설 당시 수몰 피해가 가장 컸고, 전체 유역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해 ‘옥천’이란 지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40년 가까이 사용한 이름을 갑자기 바꾸는 게 혼란을 부추기고,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군은 양측의 견해가 갈리자 일단 결정을 보류하고 심의를 다시 거치기로 했다.

그동안 옥천에서는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청호로 인한 각종 환경규제로부터 권리를 되찾겠다며 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었다.

세계일보

충주댐 전경


1980년 건설된 대청호의 명칭은 대전과 청주의 중간에 자리 잡아 생겼다는 주장과 함께 충남·북의 경계를 이루던 대덕군과 청원군의 첫 글자에서 유래됐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 10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현행대로 대청호라는 지명 사용을 의결했다. 청주시와 보은군도 아직 이견을 달지 않고있다. 앞서 지난 13일 제천시는 ‘충주호’를 ‘청풍호’로 변경하기 위해 시지명위원회를 열어 가결시켰다.

“청풍호는 ‘청풍명월’을 상징하는 지명으로, 충주·제천·단양 중 어느 한 지역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제천시는 청풍호 개명의 당위성을 담은 자료를 충북도에 전달해 빠른 시일 내 도지명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제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가기본도에 등재된 ‘충주호’ 지명을 삭제해달라고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 요청했다. 이 단체는 “호수에 접해 있는 제천시 5개면 61개리가 충주시 행정구역으로 오인되고 있어 자치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2개 시·군 이상 걸쳐 만들어진 댐과 호수는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을 우려해 고유 지명을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주호는 1985년 충주시 종민동에 댐이 건설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저수 면적의 59%를 차지하는 제천시는 이에 반발해 1998년 충북도 지명위원회에 “수몰면적과 담수면적이 최대인 청풍면의 이미지를 담아 ‘청풍호’로 부를 것”을 요구했다. 명칭변경이 받아들여지지지 않자 제천시는 현재 독자적으로 자체 행사나 홍보에 ‘청풍호’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양군마저 새로 조성한 수중보 일대 남한강 유역을 ‘단양호’로 불러 이웃 충주시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제천시와 옥천군 공문을 접수하면 해당 지역 지자체 의견을 들어 국가지명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지자체마다 의견이 달라 명칭 변경이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천·옥천=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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