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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기고] 청년일자리 대책, 다음 단계는? / 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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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이승윤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


지난 15일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며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꼽았다. 그래서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 대상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주거비 지원, 세금 감면 등을 통해 소득을 지원하고, 전체 미취업 청년들 대상으로는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과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청년 세대는 지금 장기실업, 불안정한 고용상태, 낮은 소득수준, 사회보험 배제, 주거 빈곤, 부채 증가 등 삶의 전반에 걸쳐 종합세트로 불안정성을 경험하고 있다. 연애·출산·결혼을 포기했다는 뜻의 삼포세대에서, 이제는 포기의 숫자를 셀 수도 없어 N포세대다. 청년노동시장을 보면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에 더해, 청년층에서만 장기실업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비정규직 종사 비율도 청년층에서만 증가하고 있고 오직 20~30대 청년가구의 소득만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년들의 소득 불안정은 주거 빈곤으로 이어지고, 고학력 청년들의 학비 부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사회보험 가입률은 청년층에서만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은 정말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장기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청년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여 내심 기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작심하여 만들어낸 ‘특단의 조치’치고는 단기적 처방이 많아 실망스럽다. N포세대의 절망은 ‘3~4년 이후면 인구구조 변화’로 완화될 것 같지도 않거니와 이 정도의 조치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정부가 보다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풀어가야 한다. 이에 대해 세 가지를 제언을 하겠다.

먼저,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문제는 원-하청 기업 간의 비대칭적 관계를 해결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최근 상당히 심각해지고 있는 원-하청 기업 간의 격차에 정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비대칭적인 하청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가격경쟁을 지속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숙련노동의 활용도를 높이기보다는 낮은 단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한테 지원되는 임금/보험료 보조금은 일자리 창출 효과에도, 단기적 소득보조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동기부여에도 한계를 보일 것이다.

둘째는 지역고용정책의 가능성이다. 지역별로 고용과 실업 패턴이 다양화되고 지역의 고용시장이 자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의 일원화된 고용정책은 복잡하고 다각적인 지역노동시장 문제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역고용정책의 핵심은 지역노동시장에 대한 빠른 진단을 바탕으로 맞춤형 고용정책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지방분권 20년이 지났지만, 지방정부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설계된 지역고용정책의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청년이 어떤 시민의 모습으로 이 사회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지, 한국 사회의 청년상(像)을 함께 그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청년상을 바탕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청년은 그저 취업하고 출산하는 사회의 ‘일꾼’이 아니다. 청년들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은 현재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서 간접적인 고민인 듯하나,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해 정책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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