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인형이 되고 싶다'는 일본 여성들…관련 산업 이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본에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두고 ‘오타쿠(마니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성인 남성을 위한 인형이 전시회 등을 거쳐 대중에 소개되면서 이 인형처럼 화장하고 때론 옷차림도 따라 하면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촌스러워 보이지만 재밌다‘는 생각과 ’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욕구로 인형처럼 꾸미고 사진을 남긴다. 또 이러한 수요에 전문으로 하는 곳이 등장하며 이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세계일보

인형 메이크업을 받는 아미 씨. 일반 화장과 달리 옅고 자연스러운 화장을 한다고 전해졌다. (사진= 허핑턴포스트 재팬)


■ “발상의 전환이 유행을 만든다”

일본 오사카시에는 화장하는 남성들이 즐겨 찾는 스튜디오가 있다.

여기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이마 씨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고민하는 남성을 위해 스튜디오를 열었다.

지금도 손에 꼽힐 정도인 남성 전용 메이크업 스튜디오의 등장은 화장 또는 여장하는 남성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된 한편 이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 됐다.

하지만 아미 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세상에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유명 사진작가의 ‘성인인형 사진집’에서 힌트를 얻어 ‘인형 화장법’을 개발했다.

이마 씨는 “인형은 남성을 위한 제품이지만 여성이 봐도 예쁘고 진짜 사람과 같다”며 “예쁘고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는 여성에게 인형이 되길 권하고,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세상에서 나만 할 수 일’이라는 고민과 발상의 전환으로 ‘인형메이크업’이라는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진 것이다.

세계일보

촬영 모습. 인형처럼 보이기 위해 고정된 표정을 짓는다. (사진= 허핑턴포스트 재팬)


■ “인형이 되고 싶다”

스튜디오를 찾은 ‘아미(가명)’ 씨는 사진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형과 카메라의 시선을 즐긴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인형과 인형을 주제로 한 만화 등을 즐기는 마니아에 속한다.

아미 씨가 인형을 좋아하는 건 ‘인형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인형은 아름답거나 예쁘고 때론 귀여운 모습만 존재해 여기서 매력을 느껴왔다”며 “성인이 된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도 인형과 관련한 일을 하는 아미 씨는 스튜디오의 인형메이크업 소식에 모델이 되기로 했다.

그는 촬영 내내 사진작가의 여러 주문을 받으며 무표정한 표정, 사람과 다른 어색한 동작 등 마치 인형이 된 듯한 연기를 펼쳤다.

아미 씨는 “무표정한 게 익숙하고 남들도 그렇게 본다”며 “다른 여성들처럼 환하게 웃기보다 나에게 어울리는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나에게 인형이 잘 어울리는 거 같다”며 “촬영 내내 어색했지만 나만의 사진을 갖게 돼 즐겁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진을 본 남자친구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이에 아미 씨는 “남자친구를 위한 사진이 아닌 날 위한 사진이라 상관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촬영 사진. (사진= 허핑턴포스트 재팬)


■ 화장과 촬영법은?

사진은 여성 사진작가가 촬영한다.

사진은 남성이 상상하는 모습과 달리 여성의 관점이 주가 되어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에 힘쓴다.

이에 짙고 화려한 화장대신 옅고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게 된다. 반면 옷은 인형이 입고 있는 옷을 그대로 이용하여 성인 인형처럼 연출하는 게 특징이라고 사진작가 리야 씨는 설명했다.

또 인형이 가진 특징을 살리기 위해 입은 다소 작게 표현하고 눈과 눈썹에 포인트를 두는 등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화장과는 방법이 다르다고 전해졌다. 자세한 방법은 영업 기밀에 해당하여 공개되지 않았다.

작가 리야 씨는 “인형은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 결점 없는 깨끗한 모습”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인 만큼 화장도 촬영도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일반 스튜디오 촬영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 전 실물인형을 이용해 포즈를 만들고 이 포즈를 모델이 연기하는 방식”이라며 “평범한 사진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중요한 반면 인형 사진은 어색한 모습이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촬영 모습. 인형처럼 보이기 위해 어색함을 연출한다. (사진= 허핑턴포스트 재팬)


세계일보

촬영 사진. 소프트 톤이 들어가 몽환적인 분위를 만든다. (사진= 허핑턴포스트 재팬)


세계일보

사진작가 리야 씨(좌)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아미 씨(우). 일본에서 처음으로 인형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사진= 허핑턴포스트 재팬)


일본은 지금 소셜 미디어(SNS)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행하면서 SNS를 장식하기 위해 호텔이나 리무진 등을 대여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카메라나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 폰을 구매하는 등 지갑을 흔쾌히 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업계에서도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 등 기술의 발전이 유행으로 이어지고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만의 기념을 만들고 재미를 얻는 한편 이러한 산업이 성장하고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되는 모습이다. 일상에 스며든 기술과 고민 그리고 새로운 시도가 앞으로 어떤 유행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