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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긴급조치 배상 판결’ 판사 징계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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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양승태 대법원 행정처

유신 때 피해자들 손배소 승소에

전례 없는 징계, 사례 수집 지시

김명수 대법원, 알면서도 감춰

경향신문

양승태 대법원장(사진) 시절 법원행정처가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판사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명수 대법원’은 이런 정황을 확보하고도 감춰 국회 등 외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5년 10월 법원행정처는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김모 부장판사 등에 대한 징계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해 9월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이던 서울중앙지법 민사부는 긴급조치 제9호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 이유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긴급조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위헌 판단 등을 들었다. 대법원이 위헌으로 결정한 만큼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 것이다.

2010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계기로 긴급조치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피해자들이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들은 1·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3월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위헌은 맞지만 배상할 필요는 없다”며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거셌다. 대법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박정희 정권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장판사 등은 자신이 담당한 사건에서 대법원과는 다른 결론으로 판결을 선고했고, 이를 계기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 등을 오히려 징계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대법원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그냥 놔두면 앞으로 대법원 입장과 다른 판결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판결을 이유로 판사를 징계한 전례가 없다는 내부 보고가 올라오자 해외에 연수 중인 판사들에게 법관 징계 사례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시작된 사법권 남용 추가조사위원회가 법원행정처 컴퓨터 조사 과정에서 문서로 확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가조사위가 적잖은 문건을 불문에 부친 것으로 안다”면서 “김 부장판사 징계 추진 보고서,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 보고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판결에 대한 추가보고서 등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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