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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겨레 사설] ‘계획범죄’의 고약함 드러낸 MB 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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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17대 대선 바로 다음날인 2007년 12월20일, 이명박 당선인은 “(다스) 특검에서 무혐의로 나타나면 이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10여년 뒤 그 말은 부메랑이 됐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 등에 나온 의혹을 보면, 수십년에 걸친 그의 행각은 ‘계획범죄’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라면서, 1987년 창업자금은 그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현대건설 직원 등을 임직원으로 임명해 2008년 2월까지 결산 내역, 자금 운영뿐 아니라 대규모 설비투자 등 현안도 수시로 보고받고 처리 방향을 지시했다. 대통령 취임 뒤엔 조카·측근을 통해, 퇴임 이후엔 아들을 통해 경영을 통제했다. 기업 ‘오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분식회계 등의 방법을 경영진에 제시해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검찰에 따르면 339억원에 달한다. 2006년 ‘큰 꿈’ 운운하며 비자금 조성 중단을 지시했다는 것은, 스스로 범죄라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알고도 저지른 ‘범죄’이기에 더 고약하다.

민간기업에서 각종 불법자금을 끌어모은 내역을 보면, 뻔뻔함에 말문이 막힌다. 2007년 8월6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연설회장에서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라고 한 당일에도 사위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 취임 뒤에도 다스 소송비용 대납을 해준 삼성 쪽에 ‘고맙게 생각하고 계속 도와달라’는 말을 전해달라 했다는데, 임기 내내 “우리는 가장 깨끗한 정권”이라 강조한 파렴치함이 놀라울 뿐이다.

돈 문제만이 아니다. 영포빌딩에선 ‘법원 내 좌편향 실태’를 비롯해 종교·정치권·문화예술계 등 전방위에 걸친 각종 사찰 의혹을 뒷받침하는 문서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봉하마을에 머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한 경찰 문서도 포함됐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이삿짐에 섞여 왔다” “직접 보고받지 못했다”고 하지만, 소가 웃을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은 22일 영장 실질심사 직접 참석을 거부하고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설 태세를 분명히 했다. 검찰 관계자는 “10년 전 드러났다면 당선무효가 될 수도 있었다”며 “역사를 바꾼 범죄”라고 말했다. 더디지만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교훈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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