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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디지털에 먹히지 않으려면 페이스북부터 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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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출간

'20년 안에 고용과 임금제는 끝장날 것'이라고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66)는 예견하고 있다. 프랑스 콩피에뉴 과학기술대학 교수, 퐁피두센터 혁신연구소장 등을 지낸 그는 최근 낸 대담집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정신의 자동화에 맞서 싸워 '일'을 복원하라"고 주장한다. 이메일로 만났다.

―정말 고용이 사라질까?

"기계화 덕에 노무(勞務)는 지속적으로 줄 것이다. 지금의 고용은 '일'이 아니다. 개인을 창조자가 아닌 추종자로 만드는 고용은 '앎'의 파괴, 즉 궁핍화를 가속할 것이다. 사람을 궁핍하고 바보로 만드는 고용은 '일의 해체'다."

"고용과 일을 구분하라"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고용의 몰락은 오히려 희소식. 스티글레르는 "일이 노무로 전락한 상황은 극단적 소비주의에 따른 부작용"이며 "고용의 몰락을 일의 재발명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럼 '진짜 일'은 뭔가?

"보수와 상관없이 성취를 통해 '앎'을 키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피카소는 그림으로 일을 했다. 옛날에는 일(travail)을 작업(ouvrage)이라 불렀다. 'ouvrir(열다)'라는 단어를 포함한다. 일꾼은 세상을 연다. 이제 우리는 앎의 파괴를 뒤집기 위한 생산을 시작해야 한다. 앎의 증가를 통한 '기여 소득'을 창조해야 한다."

26세의 가난한 그는 일 대신 도둑질을 택했다. 은행을 털다 붙잡혀 5년간 복역했다. 감옥에서 청년 죄수의 개도 차원에서 제공하던 툴루즈대학 철학 강좌를 들었고, 인생이 바뀌었다. 앎을 탐하게 된 그는 세계적 석학 자크 데리다(1930 ~2004)에게 편지를 보내 가르침을 요청했고, 박사가 됐다. 그의 관심사는 기술과 디지털이다.

―왜 디지털에 천착하나.

"그것은 그리스어로 파르마콘(Pharmakon), '약이자 독'이기 때문이다. 망치는 집을 지을 수도, 누군가 때려죽일 수도 있다. 이미 기원전 소크라테스가 경고했던, 문명을 야기했으나 기억력을 퇴화시킨 '글쓰기'와 같다. 유아들은 이미 디지털 기기에 포획당해 부모·선생과 분리돼 있다. 인류 최대 위협이다. '파르마콘' 치료 능력을 교육받지 못하면 이들은 극빈화될 것이다." 그는 2010년 온라인 철학학교 '파르마콘'을 세웠고 지금껏 '디지털 스터디'에 매달리고 있다.

―자동화는 늘 악(惡)인가?

"자동화는 인간의 가용 시간을 늘려 실용적 가치를 취할 가능성을 높여 준다. 다만 자동화는 '비자동화' 능력을 향상시킬 기회가 돼야만 한다. 일을 할 줄 안다는 건 자동성을 획득하고 내면화해 비자동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음악가는 연주의 자동성을 익혀 그 너머의 즉흥성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예술가가 된다. 이것을 창조라 부른다."

―그러려면 뭘 해야 하나?

"일단 페이스북을 끊어라. 이메일을 확인할 때 스마트폰 대신 차라리 컴퓨터를 활용하라. TV·라디오를 점심 전에 켜지 마라. 매일 아침 최소 15분간 책을 읽어라. 당신이 품고 있는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을 공책에 써라. 그리고 그것을 다시 읽어라."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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