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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화통토크]ⓛ"기업가정신 회복 불씨 '교육변화'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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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인터뷰

‘촛불운동’·‘미투운동’도 기업가정신의 일종

과거 도제식 교육 탈피해 창업교육 등으로 노선 바꿔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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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박경훈 기자] “시들어가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오랫동안 정형화된 기존 교육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대학때부터 창업을 독려하고 여러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교육, 이것이 최근 위축된 기업가정신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1일 경기도 성남시 다산네트웍스(039560) 본사에서 만난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다산네트웍스 회장)은 “최근 수많은 청년들이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줄을 서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가 성장의 길을 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기업가정신을 중심으로 한 교육 재편밖에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통신장비업체인 다산네트웍스를 1993년 창업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키운 남 이사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불린다.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은 남 이사장이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036930) 회장과 함께 사재 30억원을 출연해 2011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청년들이 혁신창업 등 사회 곳곳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남 이사장은 초대 이사장인 황철주 회장에 이어 2015년부터 2대 수장으로 활동 중이다.

남 이사장에게 기업가정신은 무엇일까. 그는 기업가정신을 크게 △혁신 △도전 △창조 등 3가지 요소의 결집체로 정의했다. 남 이사장은 “불만과 문제 의식을 갖는 것에서부터 기업가정신이 시작된다”며 “불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도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대통령을 탄핵까지 이끌어냈던 ‘촛불집회’, 최근 일파만파 퍼지는 ‘미투’(Me too) 운동도 기업가정신의 일종이라는 것이 남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가정신은 오로지 창업에만 연결된 개념이 아니다”라며 “촛불집회, 미투 운동처럼 현실의 불평등한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혁신해나가려는 모든 움직임들을 기업가정신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1996년 출간한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한국을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발한 국가’로 언급했다. 1970년대 폐허 속에서 급속도로 근대화를 이루며 획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한 나라. 이 과정에서 지금의 삼성, 현대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탄생하며 초창기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발현시켰다. 하지만 최근 1세대 대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은 다소 변질됐다는 게 남 이사장의 생각이다.

남 이사장은 “과거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기업가정신이 한반도에서 가장 활발히 꽃피웠던 시기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이 기득권 세력이 되면서 오히려 추가적인 기업가정신 확산 흐름을 막는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이 기득권 세력이 되면서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은 성장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고 창업으로 성공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며 “기득권화된 1세대 대기업들이 그 이후 싹 트는 기업가정신을 말려죽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이사장은 이같이 척박해진 경제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물색 중이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교육’이다. 남 이사장은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에 대해 관심을 갖게끔 하는 교육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올 새학기부터 중·고등 교과과정에 기업가정신 교육을 정규화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그 내용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반기업정서가 팽배하고 의사나 판·검사, 공무원, 공공기관 및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업선호의식이 뚜렷한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청소년 기업가정신 함양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앞으로의 교육은 과거처럼 도제식이 아닌, 학생들로 하여금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게 하고 필요한 일을 가르쳐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 남 이사장의 철학이다. 그는 “정형화된 틀로 인간을 규격화하는 교육은 공자시대에서나 통하는 방식”이라며 “취향, 재능, 하고자 하는 일이 다른 만큼 창업의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 다니면서 창업을 하게끔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는 한국 학부모들은 교육정책도 바꿀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녔다. 판·검사, 공무원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생각은 학생들의 장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남 이사장은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통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교실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내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와 협력해 진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남 이사장은 “아직까지 ‘사농공상’(士農工商·선비 등을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사회계급) 사상에 길들여져 있는 학부모들이 있는만큼 전반적인 교육 재편을 위해서는 학부모들과 창업교육 등에 대해 소통을 해야한다”며 “해외 기업가정신 선진국의 교육 프로그램들을 국내에 도입해 전파하는 것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 이사장은 지난해 9월 ‘글로벌기업가정신네트워크’(GEN) 아시아 지역 조직인 ‘젠아시아’ 집행위원회 초대의장으로 선출됐다. 대외적으로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알릴 수 있는 자리다. 그는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초대의장에 선출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다산네트웍스 회장)은

1962년 전북 익산 출생. 전주고,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3년 대우자동차 입사. 1991년 코리아레디시스템 창업. 1993년 다산기연 설립. 2002년 다산네트웍스로 사명 변경. 벤처기업협회장, 청년위원회 위원장 역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재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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