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웹사이트 ‘소셜 로그인’ 때 유출…태생적인 시스템 한계
각국 조사 나서…미·영, 저커버그에 의회 청문회 출석 요구
시총 이틀 새 500억달러 빠져…집단소송에 탈퇴운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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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앱 개발자나 광고주에게 데이터를 판매하면서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담배를 팔면서 친구에게 주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측과 연계된 데이터 회사가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정치 선전에 활용한 사건은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의 태생적 문제였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의 정보를 앱 개발자, 광고주 같은 제3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에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 “페이스북 DNA의 문제”
CNN은 20일 “이는 페이스북 DNA의 문제”라며 미국인들이 볼 때 진짜 범인은 정보를 사들여 선거에 활용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아니라 오히려 플랫폼을 제공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페이스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앱과 웹사이트에 가입하고 로그인할 수 있는 ‘소셜 로그인’을 허용한다. 소셜 로그인 과정에서 앱은 페이스북 이용자의 공개 프로필과 친구 목록, e메일 주소를 가져가게 된다.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번거로운 회원가입 절차를 건너뛸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지만 앱으로 건너간 페이스북 이용자의 데이터가 이후 제3자에게 무단으로 유출돼도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페이스북에서 2011~2012년 플랫폼 운영자로 있으면서 제3자 앱 개발자들의 정보보호 위반을 감독하던 샌디 파라킬라스는 가디언에 “일단 데이터가 페이스북 서버를 떠나면 외부 개발자들을 통제할 수 없었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파라킬라스는 페이스북 임원에게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거래하는 ‘암시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지만 “데이터 사용 방식을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지 말라”는 충고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자체 내규에는 데이터를 구매한 개발자나 광고주가 제3자에게 해당 데이터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가 부실했고 이를 문제 삼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였음을 시사한다. 개인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광고로 돈을 벌면서도 이용자 개인정보 관리에는 허술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 AI에 의한 프로파일링, 정치 악용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데이터 중개 회사 6곳과 제휴를 맺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성별·나이·거주 지역 등 인구지정학적 정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맞춤형 광고에 이용되는 기술들이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친 것도 심각한 문제다. 가뜩이나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플랫폼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페이스북으로서는 이용자 정보가 특정 정치 진영에 넘어가 여론 조작에 활용되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소셜 로그인을 하는 과정에서 동의를 받는 절차가 있지만 이용자들이 이를 눈여겨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제로는 앱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사용 목적을 ‘공익’으로 포장할 수도 있다. CA의 정보 수집 창구 역할을 한 앱도 이용자에게 ‘학술적 목적’을 표방하면서 상업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고 알렸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진영의 선거에 이용됐다.
윤재석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협력팀장은 “동의를 받지 않고 이용자의 특성과 선호도에 관한 데이터 분석(프로파일링)을 수행했다면 기존 법령에도 위반된다”며 “앞으로 인공지능(AI)에 의한 프로파일링이 더 많아질 텐데 이를 여론과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데 이용한다면 민주주의 원칙에 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파문은 17일 첫 보도 이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를 비롯해 영국·캐나다·유럽연합의 규제 당국이 사실조사에 들어갔고 페이스북 주가는 19일 이후 이틀 사이 9% 넘게 추락하며 시가총액은 약 500억달러(약 52조원)가 줄었다. 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봤다며 집단소송을 냈고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을 삭제하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페이스북 탈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저커버그는 어디 있나’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올 정도로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공공연하게 제기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저커버그의 의회 청문회 출석 요구도 나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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