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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뉴스분석] 당일치기 가능한 판문점 회담… 한반도 '셔틀외교 시대'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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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의제 / ④ 정상회담 정례화 / 2차 정상회담서 “수시로 만나자”/ 北 김정일, 서울 답방 꺼려 무산 /‘중립지대’ 판문점은 출퇴근 가능 / 의전·경호문제 최소화 장점 많아 / 文대통령, 정례화 성사 의지 높아 / 합의문에 못 박는 방안 추진할 듯 / 임종석 "새로운 '소통' 방식 기대"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정례화할 경우 현재와 같이 개최 자체만을 위해 투자하는 노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남북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청와대도 남북정상회담 정례화에 강한 의욕을 가진 분위기다. 청와대는 김대중 대통령(이하 당시 직책)·김정일 국방위원장 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위원장 정상회담을 각각 1차, 2차 정상회담으로 부르는 관례를 깨고 2000년 정상회담, 2007년 정상회담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정례화하거나 이어질 경우 문재인·김정은 1차 정상회담, 2차 정상회담 식으로 차수(次數)가 계속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대해) 3차 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며 “2000년 정상회담, 2007년 정상회담, 2018년 정상회담으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정상회담의 명칭은 유동적이다. 이 관계자는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제2차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명칭 문제를) 논의했는데 결론이 안 났다. 관행에 맡기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어서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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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정례화는 과거 정부에서도 몇 차례 추진했으나 북한의 호응을 얻지 못해 구상으로만 끝난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해 서명한 2000년 6·15선언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는 문항이 포함됐으나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성사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한 뒤 서명한 2007년 10·4 공동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는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하였다”는 표현을 넣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김정일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요청했지만, 우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제안하면서 본인(김정일 위원장)은 여건이 좀 더 성숙할 때까지 미루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정례화 제안에 대해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아직 국가 정상 간 선례도 없고 하니 그러지 말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수시로 만나자”고 우회적으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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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남북 정상회담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해 영접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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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2차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과 실무 합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상회담 정례화를 추진했으나 북측이 난감해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 저서에는 북측이 정상회담 정례화를 남북 정상의 교대 방문으로 이해했고 김정일 위원장이 남쪽을 방문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물밑에서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하던 때 판문점 정상회담 정례화를 추진했으나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불발에 그치면서 판문점 정상회담 정례화 안건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번에 정상회담이 사상 최초로 판문점에서 열린다는 점은 남북정상회담 정례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서울이나 평양과 같은 남북 양측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판문점은 남북 양쪽에서 접근성이 용이한 중립지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각 서울과 평양 또는 개성에서 출퇴근할 수 있어 당일치기 회담이 충분히 가능하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또 의전과 경호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밀도 있고 내실 있는 회담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정상회담 준비 경험이 있는 전직 고위 외교·안보 관료는 이날 “서울이나 평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준비는 회담 자체보다도 회담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더 많아 굉장히 복잡하고 어수선하다”며 “판문점 정상회담은 회담 대표만 준비되면 나머지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효율적 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효율·실용 회담을 위한 최적의 장소인 판문점의 장점은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성사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는 요인이다.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정례화 성사 의지도 강한 만큼 판문점 정상회담 기회를 살려 정상회담 정례화를 합의문에 못 박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실장은 준비위 첫 회의를 주재한 16일 브리핑에서 “판문점 회담이라는 형식이 새로운 (남북 정상 간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북(對北) 특별사절단 방북 당시 남북이 정상 간 핫라인(Hot-line) 구축에 합의한 만큼 직통전화 설치가 이뤄지면 남북 정상 간 상시 통화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정상끼리 직접 마주 보고 협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판문점에서 만나는 추가 정상회담도 가능하고 자연스럽게 판문점 정상회담 정례화로 발전할 개연성이 있다.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과 북측 지역인 통일각을 번갈아가며 회담이 열리는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서·유태영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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