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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트럼프·빈살만 만남에 유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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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세자'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 소식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파기를 예고하는 상황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이 중동 정정 불안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염려가 작용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 보유 국가인 베네수엘라가 13년래 최저 생산량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했다. 지난해 6월 왕세자로 책봉된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주요 외교 라인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다.

두 사람의 만남에 세계 눈이 쏠린 이유는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를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이다.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 12일 이란 핵합의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이란 핵합의와 관련해 이견이 있었다고 말해 이란 제재 면제 연장의 종결을 예고했다. 이런 시점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은 핵합의 파기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두 사람의 면담에서는 이란 핵합의 파기와 더불어 원자로 협상도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고 전해졌다. 사우디가 추진 중인 980억달러(약 105조원) 규모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 등이 수주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기업 수주를 적극 지원하지만 '미국 원자력법 123조'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는 미 의회나 정부 동의 없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다. 사우디는 원전 수주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에 대한 규제 완화를 내걸고 있다. 사우디는 '원자력법 123조' 조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우디는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에는 관심이 없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란의 핵 보유에 대한 경쟁 의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빈살만 왕세자의 이번 방문으로 사우디 '핵 빗장'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이 핵개발을 재천명하고 사우디가 핵을 보유하게 되면 중동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3% 상승한 63.5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1.98% 오른 67.36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9일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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