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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국가재난 장례식장 안할래' 자원한 공공의료기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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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장례식 자료사진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시내 한 공공의료기관이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으로 지정되고도 돌연 지정취소를 요청해 관심이 쏠린다. 다른 병원들은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으로 지정됐다며 대외홍보에 열을 올리는 마당에 지정 취소를 자원한 것은 이례적이다.

21일 서울시와 은평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시 서북병원은 지난달초 관할 자치구청인 은평구청에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 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서북병원이 지정 취소를 요구한 것은 장례식장 운영주체가 바뀌면서 분쟁이 발생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례협회가 지난해초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을 모집할 당시 서북병원 장례식장 위탁운영업체는 A업체였다. A업체는 다른 장례식장 운영업체들처럼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으로 지정돼 공신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정부에 지정을 요청했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은 평소에는 일반적인 장례식장으로 운영되다가 국가적재난이나 감염사태가 발생했을때 사망자나 감염된 시신을 수습해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장례를 치르는 곳이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으로 지정되면 이름값을 높이는 동시에 국책사업에 힘을 보탠다는 명분까지 얻을 수 있어 대규모 병원이라면 충분히 욕심낼 만하다.

문제는 지난해 7월부터 서북병원 장례식장 운영주체가 B단체로 바뀌면서 불거졌다. 향후 국가재난 발생시 분쟁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서북병원 원무과는 향후 국가재난이 발생해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B단체가 국가나 전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결국 서북병원은 은평구청에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 지정 취소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병원측과 장례식장 운영업체간, 그리고 병원측과 B단체간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이 지정 취소 신청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있다.

서북병원은 은평구청에 "현재 장례식장은 2017년 7월12일부터 B단체에서 사용료를 내고 운영중"이라며 "지난해 지정장례식장 추천은 이전 영업자의 승인하에 이뤄진 경우고 향후 실제상황 발생시 영업손실 및 기타 손해 등을 이유로 소송건이 발생할 여지가 있으므로 지정 취소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병원측의 움직임에 B단체도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서북병원의 요청은 은평구와 서울시를 거쳐 보건복지부로 전달됐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정을 취소했다.

서북병원 장례식장이 지정 취소되면서 전국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수는 181개에서 180개로 줄었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이 취소된 것은 지난해 연말 지정 대상 장례식장 일제 발표후 이번이 처음이다.

1948년 10월 '시립순화병원'으로 출범한 서북병원은 결핵환자를 전문치료하는 특수공공병원이자 노인·치매질환 전문진료 특화병원임을 자부해왔지만 이번 지정 취소로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아울러 앞으로 은평구에서 국가재난이 발생해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시신은 서대문구 등 인근 자치구에 있는 지정장례식장으로 이송되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은평구내 타장례식장이 지정을 자진요청하지 않는한 급박하게 대체병원을 지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 제도를 제안한 주체가 한국장례협회라 지정에 강제성은 없다.

이 때문에 당분간 은평구에는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 부재 상황이 지속될 예정이다. 국가재난대비 장례식장 지정이 강제사항이 아니라 서북병원과 B단체에 법적·제도적 책임은 없지만 이들이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재난보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영업손실과 내부갈등·분쟁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도의적 측면의 비판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은 강제사항도 아니고 (한국장례)협회가 자발적으로 추진한 것이라 서북병원을 지정장례식장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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