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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청와대 '改憲 쇼' 강행이 바로 제왕적 대통령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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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0일 '대통령 개헌안'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헌법 전문과 기본권 관련 개정안이다. 21일에는 지방 분권 관련 부분, 22일엔 대통령 권한 부분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미 다 마련돼 있는 개헌안을 이런 식으로 쪼개서 발표하는 것은 개헌안 공개의 진짜 의도를 보여준다. 정말 개헌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대 '쇼 이벤트'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개헌안을 조문(條文) 형태가 아니라 '어떻게 바꾸겠다'는 식의 보도 자료 형태로 공개했다. 헌법 조문은 글자, 수식어, 심지어 토씨 하나에도 의미와 파장이 달라진다. 청와대는 지금껏 개헌안 조문과 내용에 대해 공청회 한번 한 적도 없다. 정말 개헌이 되게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럴 수 없다. 그래 놓고 야당이 거부하면 '반(反)개헌 세력'으로 비판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한 내용 중에는 1년 내내 토론해도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은 것들도 있다. '헌법 전문에 부마 항쟁과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의 민주 이념을 명시한다'고 한 것을 놓고는 이날 당장 좌파·우파 단체들이 충돌했다. 공무원 파업권,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삭제 등도 국민 생각이 제각각이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은 행정부 수반이나 정파 대표가 아니라 국가원수 자격으로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다. 그에 맞게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행사해야 한다. 이렇게 자기 편과 개인 취향에 맞춰 발의권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개헌을 통해 바꾸고자 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전형적 모습이다.

헌법은 그 유래 자체가 국회에 속하는 것이다. 개헌도 입법기관인 국회가 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의 개헌 발의 강행은 국회의장이나 여당 중진 의원들조차 반대해왔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는 정의당조차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밀어붙인다. 그것도 진심으로 개헌하려는 것이 아니고 '하는 척'을 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이란 국가적 비극과 위기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자는 국민적 염원이 이런 식으로 변질되는 것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책임은 국회에 있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밤을 새워서라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고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개헌안에 합의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국민 앞에 제출해야 한다. 개헌이 돼도 현 정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개헌을 위해선 '제왕적 대통령제' '지방자치' 외에 어떤 논란거리도 추가로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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