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여론&정치] 침묵 길어지는 우파 여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6월 지방선거는 역대 최고 메가톤급 이슈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러질 것 같다. 남북 관계와 개헌, '미투 운동' 등이 벌써부터 정국(政局)을 강타하고 있다. 남북·미북 정상회담은 성사 소식만으로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민심이 돌변할 수 있지만 일단 여당이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선거용 이벤트로 변질하고 있는 개헌과 관련해선 여야(與野)가 유·불리를 따지며 표(票) 계산으로 바쁘다.

최근 지방선거 판세는 70% 안팎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서 보듯이 여당이 우위에 있다. 과거 지방선거 승부는 대통령 지지율과 상관관계가 높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했던 시기에 치러진 최근 선거 다섯 번은 여당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반면 여당이 이긴 1998년 선거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 지지율이 62%였다.

하지만 선거는 공식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특히 폭발력 강한 이슈가 몰아칠수록 예측과 선거 결과가 다른 이변이 많았다. 2010년 지방선거가 그랬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발생한 천안함 폭침으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던 '야권 성향 숨은 표'가 선거를 뒤집었다.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은 "사람은 실수하는 것보다 고립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고 했다.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은 열세에 놓인 쪽 지지층이 소신을 밝히기 꺼리도록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여권 지지자는 적극 참여하는 반면 야권 지지자는 소극적이다. 3월 중순 갤럽 조사에서 정치적 성향을 밝힌 응답자 분포는 보수 25%, 중도 34%, 진보 41%였다. 작년 5월 대선 때 갤럽 조사에서 보수 32%, 중도 30%, 진보 38%였던 것과 비교하면 조사 참여자 중 보수층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

대선 때 찍은 후보를 묻는 항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된다. 문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 4248만명 중 3281만명(77%)이 투표한 작년 대선에서 1342만명(32%)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도 얼마 전 입소스코리아의 전체 유권자 대상 조사에선 실제보다 20%포인트 이상 많은 54%가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많은 야권 지지자가 여론조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탄핵과 대선에 이어 적폐 청산 등 정치적 격변 속에서 우파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야당은 숨은 우파 표를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당수 우파는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자해적 분열로 어느 쪽에 표를 줘야 할지도 혼란스럽다. 지방선거는 이제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