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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핫이슈] 교복 위 사복 겉옷 금지… 중·고생들, 꽃샘추위에 '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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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노출 등 이유로 제한… 걸리면 벌점 받고 청소해야

학부모들은 찬반 엇갈려

봄철 꽃샘추위에도 외투를 입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겨울이 지나자 학교에서 교복 이외 외투 착용을 금지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복장은 모두 같았다. 어두운 무채색 계열 교복이었다. 코트나 패딩 점퍼를 입은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이 학교 재학생(18)은 "학교에서 어제부터 교복 위에 외투 입는 것을 금지했다"며 "겨울이 지났어도 아침저녁엔 아직 추워 힘들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꽃샘 추위로 기온이 떨어진 20일, 서울 동작구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한 학생이 외투를 입지 않고 교복 차림으로 나오고 있다. /고운호 기자


외투 착용을 금지하는 학교들은 "비싼 옷을 입고 오면 학생들 간 위화감이 생긴다" "복장이 불량하다"는 등의 이유를 든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외투를 허용하면 다음엔 셔츠와 바지 허용을 요구할 것"이라며 "결국 교복이 의미 없게 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인천의 한 고등학생(18)은 "겨울에는 외투를 입을 수 있는데, 3월 중순엔 금지한다"며 "그러다 보니 환절기에 감기 걸리는 친구가 많다"고 했다. 외투를 입고 오다 걸리면 보통 벌점을 받는다. 벌점이 쌓이면 교내 청소 같은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고육책으로 주머니에 핫팩 등을 넣고 다닌다고 한다.

교육부는 과도한 겉옷 규제가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2016년 전국 시도 교육청에 '겉옷 규정'을 시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외투 자체를 금지하는 학교는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외투 착용을 금지하는 학교들이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복장 규정 권한은 관련법상 각 학교장에 있어 강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학부모들 의견은 분분하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홍지현(46)씨는 "아이가 감기에 걸릴 수도 있는데 기온과 관계없이 외투를 못 입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외투 금지를 찬성하는 학부모도 있다. 중학생 딸을 둔 전모(40)씨는 "유행하는 고가의 외투를 사주다 보면 등골이 휜다. 애초에 따뜻한 교복을 만들어 입게 하면 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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