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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설왕설래] 국민소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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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3무(無) 국회의원을 끌어내리는 것은 생각만 해도 통쾌한 일이다. 중앙당과 공천권자 눈치만 살피다 선거 때만 “유권자가 주인이다”고 외치고, 200가지 특권을 움켜쥔 채 ‘특권 내려놓기’를 달나라 가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하는 국민의 대표들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속을 끓였던가. 답답한 심정 꾹꾹 눌러가며 다음 선거를 기약해야 하는 마음고생은 이제 안 해도 될까.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포함됐다. 유권자들이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이니 ‘국민파면제’라고 할 만하다.

반대 의견도 귀담아들을 필요는 있다. ‘선거’라는 소환제도가 이미 4년에 한 번씩 있고 실정법을 어기면 국회의원직을 잃는데 소환제도가 또 필요한 것인지, 선거로 시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표를 누가 무슨 권한으로 소환하겠다는 것인지, 정치적으로 악용돼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고 시민 또는 진영 간 갈등을 키우게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지적이 있다. 황종섭 정치발전소 기획실장은 “국민소환제보다는 우선 정당이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선거제도 개혁과 정당의 역할을 높이는 일이 더 우선이다”고 말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주민투표로 해임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는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80여건의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됐으나 실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 것은 8건이고, 개표까지 이어진 것은 2건에 그쳤다. 청구와 서명, 개표 요건 등이 너무 엄격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소환제를 헌법에 보기 좋게 새겨놓아도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 주민소환제처럼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다.

국민소환제는 국민들뿐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발의만 해놓고 책상 서랍속에서 먼지만 뒤집어쓰다 임기 만료로 폐기돼서 그렇지 의원들은 꾸준히 법안을 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의정활동을 하면 국민소환을 당할 이유가 없다. 국민은 자신의 대표를 제대로 뽑으면 국민소환을 할 까닭이 없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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