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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조연경의행복줍기] 정직한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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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선생님, 어떻게 3등 칸에 타셨습니까?”, “예, 이 기차는 4등 칸이 없어서요.”

그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떠나 파리까지 간 후 다시 기차를 타고 덴마크로 갈 계획이었다. 그가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자들이 취재를 하려고 기차 특등실로 몰려들었다. 그는 영국 황실로부터 백작 칭호를 받은 귀족이다. 당연히 특등실에 탔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그는 바로 병원을 세우고 당시 비참한 상태에 있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평생 헌신적으로 의료봉사를 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다.

슈바이처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의사라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평생 안락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특등실처럼 편한 곳보다 3등칸처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곳에 늘 있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은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데 자신을 바치는 것이다’라고 했다. 물론 누구나 슈바이처처럼 될 수는 없다. 나를 헌신하면서 오직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나의 말 한마디나 작은 행동이 타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어떨까.

세계일보

한 사람이 집안에 힘든 일이 생겨 온몸으로 우울함을 표시하며 걷고 있다. 그때 지나가던 이웃이 이렇게 말한다. “자, 스마일, 당신은 웃을 때가 참 예뻐요.” 그 말에 활짝 웃어 보니 마음이 밝아진다. 평상시와 다른 표정 변화를 알아챈 이웃의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다시 힘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버티고 있는 청년은 창 밖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때 편의점 주인이 우유와 빵을 앞에 놓아 주고 청년의 어깨를 몇 번 토닥인다. 청년 앞에 놓인 것은 우유와 빵이 아니라 따뜻한 격려다. 청년은 허기를 채우며 다시 희망을 본다.

회사일이 점점 힘들어진다. 부양의 의무를 지고 평생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가장의 무게, 어느 날은 참 버겁다. 그때 양복 주머니에 뭔가 집힌다. 5만원짜리 두 장과 하트가 그려진 작은 메모지가 들어 있다. 아내의 사랑으로 가장의 무게는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나 자신을 다 던지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겨우내 언 땅을 뚫고 연둣빛 새싹이 올라 온 3월, 봄은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다. 입학, 취직, 결혼 등 설렘과 기대가 있지만 두려움과 긴장도 있다. 낯선 곳, 새로운 사람 틈에서 ‘과연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심할 필요가 없다. 행복의 법칙은 의외로 정직하고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걸, 내가 받고 싶은 걸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주면 된다. 우리 모두 ‘자신 있게 행복하기’로 봄을 열어 보자.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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