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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검찰, 다스 설립부터 승계까지 MB가 챙겼다고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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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회장 시절 ‘공로’ 인정해 설립제안 받아
자본금 댔지만 시작부터 ‘김재정’ 명의로 차명 보유
다스 돈으로 정치활동부터 개인 생활까지 영위
아들 시형씨로의 승계까지 꼼꼼하게 따져봐

조선일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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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MB것.' 10년 넘게 풀리지 않았던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다스의 설립부터 인사·경영·지분상속 등 모든 의사결정을 이 전 대통령이 내렸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비자금’으로 정치활동을 했고, 개인 싱크탱크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MB, 정세영 현대차 회장 제안받아 다스 설립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일하던 1985년쯤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으로부터 회사 설립을 제안받는다. 그 동안 그룹에 기여한 공로도 있으니, 현대차를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대줘 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현대건설 관리부장이던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1987년 일본 후지기공과 합작사(社) 형태로 다스(당시 대부기공)를 세웠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정 회장의 제안을 토대로 이를 지시하고, 후지기공 지분 34%를 제외한 나머지 자본금 3억9600만원을 모두 댔다고 본다.

주주명부에는 처남 김재정씨 이름이 올랐다.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로 재직하고 있어 이해충돌에 따른 문제제기가 있을 것에 대비해서다.

다스는 1995년 19억8000만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진다. 검찰은 이 돈을 이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도곡동 땅'을 판 돈으로 납부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주주명부에는 김재정씨와 큰형 이상은씨가 등재됐다. 이들이 도곡동 땅의 명의상 소유주였기 때문이다.

이후 후지기공과의 합자 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이상은(47.26%)·김재정(48.99%)씨와 이 전 대통령의 친구 김창대(4.20%)씨로 지분이 나뉘었다. 과점주주 문제를 해결하고 차명보유 관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스 지분구조는 2010년 김재정씨가 사망하며 현재 모습을 갖춘다. 이상은씨가 47.26%, 김재정씨의 부인 권영미씨가 23.6%, 기획재정부 19.91%, 청계재단 5.04%, 김창대씨가 4.2%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 재단 소유 지분은 권씨가 상속세 대신 내거나 증여한 것이다. 김씨 자녀들은 2010년 기준 매출 6000억원대 회사의 1대 주주 지분에 대한 상속을 포기했다.
검찰은 정부 몫을 제외한 80.09%를 이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측근 내세웠지만…다스 '上王'은 MB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설립 이후 30년간 다스의 인사와 경영을 좌지우지했다고 보고 있다. 다스 설립 과정부터 관여한 김성우 전 사장은 1987년 다스 운영과 자금집행을 총괄하는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대건설 직원인 권승호씨는 다스 관리차장으로 데려왔다. 권씨는 다스 전무이사까지 승진한 인물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외곽단체 대표이던 강경호 전 사장과 청와대 총무비서관 출신 신학수 감사 등이 다스에 합류했다. 2008년에는 매제인 김진씨가 총괄부사장을 맡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이들을 통해 자금운용 상황과 임직원 인사·급여, 설비투자, 외주업체 선정, 해외지점 설립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고 처리방향을 지시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다스 기획실장, 기획본부장으로 아들 이시형씨가 합류한 뒤에는 이씨가 그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외관상 다스 1대 주주 이상은 회장의 아들이자 부사장까지 지낸 이동형씨가 2016년 공장 책임자로 좌천된 반면, 이시형씨의 경우 본인 급여도 스스로 정해 온 것으로 파악했다. 시형씨 월급을 올려주는 문제를 청와대 행정관이 검토하는 등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주요 임원들의 급여까지 보고받고, 결정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비자금 339억원…’큰꿈 있으니 그만하라’ 지시

다스의 사업을 통해 생긴 이익과 불법조성된 비자금은 이 전 대통령의 생활비, 정치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김재정씨와 이영배 금강 대표 등을 통해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김성우 전 사장에게 '차량이 한 대 필요하니 신형 에쿠스 승용차를 1대 사서 올려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95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1796회에 걸쳐 다스 법인카드로 4억여원을 썼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991년에 사들인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을 '불법자금을 세탁해 보관하다가 사적 비용으로 사용하는 저수지'라고 표현했다.

다스를 통한 비자금 조성은 2005년이 마지막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임기가 끝나가는 2005년 10월 청계천 복원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여론의 호감도가 급등하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6년 1월 다스 경영현황을 보고하러온 김성우씨와 권승호씨에게 '내가 큰 꿈이 있으니 올해부터는 위험한 일을 하지 말라'며 비자금 조성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자금의 사용처로 국회의원·서울시장·대통령 등 각종 선거비용과 동료 의원에게 건넬 후원금, 동아시아연구원 등 이 전 대통령의 사조직 운영 경비 등을 지목했다.

◇이시형씨 상속 방안도 MB가 결정

이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다스 경영은 중요 현안이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차명주주들 몰래 다스를 시형씨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시형씨는 2010년 8월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다스에 입사했다. 이후 기획팀장, 기획실장을 거쳐 2015년 1월 기획본부장(전무이사)로 승진했다.

2011년 초에는 다스의 위임전결규정이 개정돼 시형씨가 해외법인과 관련한 모든 사항과 1000만원 이상 들어가는 투자·경비 집행을 결재했다. 대표이사에게 올라가는 품의나 보고에 대한 합의 권한도 시형씨가 쥐었다.

구체적인 승계 방안도 검토됐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0년 당시 다스 사장이던 강경호씨가 지배구조 개편안을 컨설팅받아 시형씨에게 보고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상은 회장의 지분 가운데 절반가량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양도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시형씨가 취득·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경영승계 정황은 2011년에 작성된 'PPP(Post President Plan) 문건'에도 나온다.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이 전 대통령 퇴임 이후 활동 계획과 재원 등에 관해 작성한 것이다.

이 문건에는 이상은 회장의 다스 지분 가운데 5%를 시형씨에게 상속·증여해 독립생계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5%는 청계재단에 출연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문건이 실행됐다면 이상은 회장의 지분은 대부분 소멸하는 대신, 시형씨가 다스를 지배하게 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가 아니라면 보고될리도 없고, 승인될 이유도 없는 내용이라고 결론내렸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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