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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문무일, MB 영장청구 다음날 故 박종철 유족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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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무일 검찰총장이 20일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를 만나 사과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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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1987년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고(故) 박종철의 아버지 박정기(89)씨를 만나 과거 독재정권에서 이뤄진 고문 치사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 사건 처리 피해자를 만나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총장은 20일 오후 2시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을 방문해 박씨를 만났다. 문 총장은 "저희가 너무 늦게 찾아뵙고 사과 말씀을 드리게 돼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켜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너무 긴 세월을 혼자 고생하게 하고 돌봐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후배들이 잘 가꾸어서 제대로 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씨는 척추 골절로 수슬을 받고 요양차 입원했다. 거동이 불편해 온종일 누워 지내고 있다.

문 총장은 20여분간 병문안을 마치고 병원 1층에서 박종철의 형 박종부(59)씨 등 가족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 등 10여명 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총장은 "무엇보다 저의 사과 방문이 늦어진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희는 1987년의 시대정신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는 민주주의냐 독재냐를 놓고 사회적 격론이 이뤄졌고 대학생들의 결집된 에너지가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이 됐다"며 "그 시발점이자 한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있었다"고 했다.

병문안은 종부씨가 영화 '1987' 개봉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언급한 게 계기가 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9년 검찰이 고문치사 축소·은폐 조작에 관여했다며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문 총장은 이 보고서를 읽은 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박씨와의 만남을 요청했다고 한다.

문 총장이 박씨의 병문안을 한 날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이다. 또 청와대가 개헌안 가운데 일부를 발표하며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외하겠다는 의견을 낸 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향후 검찰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에 대비해 ‘인권 검찰’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문 총장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오래 전에 잡아 놓은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도 ‘인권 경찰’ 이미지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해 6월 10일 6·10 항쟁 30주년을 맞아 박종철이 사망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했다. 박종철 31주기인 올 1월 13일에도 이 장소를 재차 방문해 헌화했다.

문 총장과 이 청장은 지난해 말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박종철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함께 관람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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