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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김대환칼럼] '재난 수준'의 일자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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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체감실업률 22% 이르는 현실

기저엔 노동시장 이중구조 있어

재정 의존 정책은 미봉책일 뿐

대·중기 격차 해소 등 노력해야

서울경제


지난 15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올 초 대통령이 우리의 청년실업이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심각했던 만큼 이에 기초한 ‘특단의 대책’에 청년들은 물론 국민의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내용을 보니 ‘특별히 단세포적’ 접근으로 이뤄진 미봉책에 불과해 청년의 미래만이 아니라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우리의 공식 청년실업률은 한때 두 자릿수를 벗어나더니 2014년에 9%대로 진입해 지난해에는 무려 9.8%까지 올라 다시 두 자릿수를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서는 낮은 편이라고 애써 자위하기도 했지만 2010년대 들어 OECD 평균은 줄곧 하향세를 이어오고 있음에 반해 우리는 대체로 상승세를 보여 2017년 현재는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육박해 이대로 가다가는 역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우리가 7.9%를 기록한 2010년의 18.9%에서 2017년 현재 9.2%로 역전시켰고 일본은 동 기간 9.3%에서 4.6%로 대역전을 일궈냈다. 독일과 프랑스를 위시한 선진 유럽 국가들도 하향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국제비교는 매력적이지만 평면적인 단순비교는 주의를 요한다 치더라도 이러한 추세가 던지는 심각성마저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사점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현 정부처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정책은 지극히 단세포적인 접근이며 따라서 지속 가능성은 물론 당장의 효과마저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린다고 재정투입으로 공공 부문의 고용을 증가시키고 일자리를 유지한다고 미증유의 최저임금 인상 폭의 반가량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정책은 마중물이 아닌 고인 물을 만들어내기 십상이다. 이번에 발표된 청년 일자리 대책도 지나치게 재정 의존적일 뿐만 아니라 기존 메뉴의 가격을 대폭 올린 것에 불과한 ‘뚝딱’정책이다. ‘특단’의 대책이라 해 뭔가 새로운 메뉴를 기대했건만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경우에 따라 재정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일자리 정책은 개발연대로 후퇴한 느낌이다. “내가 낸 세금 이렇게 막 써도 되느냐”라는 항변이 들려온다.

우리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대기업·공공 부문과 중소기업 간의 현격한 격차와 맞닿아 있다. 이들의 실업률은 공식적으로는 9.8%이지만 체감실업률이 무려 22.7%에 달하는 것이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정공법은 애써 제쳐 두고 ‘세금으로 웃돈 얹어 줄게 중소기업 가라’는 식의 발상은 수준 미달의 국정운영이다. 에코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 1991~1996생)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의 긴급성을 내세우고 최근 세수 여유를 담보로 ‘추경 할아버지’를 들먹일수록 ‘세금중독 하마’만 키우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추경 할아버지’가 세금이 돼서는 안 된다. 그 할아버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소다. 당장은 손자가 귀엽게 보이지만 그렇다고 할아버지 상투 잡는 손자로 키워서는 안 된다. 3년 후 에코 세대의 ‘에코’를 염두에 두면서 이제 손자의 손을 뿌리치고 할아버지를 문제 해결의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우여곡절의 노력이 없지 않았던 만큼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면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다. 어렵다고 이를 외면하고 손쉬운 인기에 연연하면 일자리 대책이 ‘재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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