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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페이스북, 설립 이래 최대 위기…5000만명 ‘정치성향’ 포함 개인정보 유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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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페이스북 주가 6.8% 급락…시가총액 40조원 '증발'

트럼프 대선 캠프 관련 데이터 회사로 정보 흘러들어가

광고중단·고객이탈 등 경영환경 악화 속 대형 악재

美·英서 저커버그 출석·증언 요구 등 조사 착수 '먹구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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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페이스북에서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름이나 전화번호, 나이, 이메일 및 집 주소 등 단순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또 이에 따라 어떤 정치·경제·사회적 성향을 보이는지 등 빅데이터화 된 개인정보가 새어나갔다. 피해자 규모는 최대 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의 ‘성향’까지 포함된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첫 사건이다. 이에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페이스북 주가가 6.8% 급락, 시가총액이 무려 367억달러(약 40조원) 증발했다. 투자자들이 이번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알렉산드로 코건 교수가 개발한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라는 성향분석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정보수집을 허용했다. 이후 앱을 통해 모아진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는 데이터분석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로 넘어갔다. CA는 페이스북에서 얻은 5000만명의 개인 정보를 토대로 이들의 성향을 분석한 뒤, 그 결과를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측에 제공했다.

해당 정보가 대선에 활용됐는지, 또 선거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끼쳤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책임 논란은 여전하다. CNN은 “비록 제삼자가 개발한 앱으로 인한 자료 유출이라고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페이스북과 CA는 사생활 보호 규정을 위반한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정부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출석해 개인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연방거래위원회(FTC) 규정 위반으로 확인되면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일각에선 회사 설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소식은 페이스북의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나온 추가적인 대형 악재다. 페이스북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및 여론조작 창구로 활용된 이후 광고 중단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니레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가짜뉴스와 불법 콘텐츠가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해 광고 중단을 검토 중이다.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유명 코미디언 배우인 짐 캐리는 지난 달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 주식을 모두 처분했고, 계정도 삭제했다. 행동주의 주주들은 페이스북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페이스북이 러시아 대선 개입으로 이익을 봤다는 이유에서다.

젊은 계층이 대거 스냅챗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페이스북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는 1억6950만명으로 스냅챗의 8650만명의 약 2배에 달한다. 하지만 신규 유입 인원이 스냅챗에 몰릴수록 시간이 지나면 페이스북의 점유율이 줄어들게 된다. 또 자녀들이 스냅챗을 이용할 경우 부모들 역시 스냅챗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CNBC는 분석한바 있다.

미국뿐 아니다.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도 사생활 보호 등과 관련해 페이스북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IT기업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대폭 커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 향후 IT기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U는 오는 5월 25일부터 시행되는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위반할 경우 연간 글로벌 매출의 4% 또는 2000만유로(약 266억원)라는 거액의 벌금을 물린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관련 법안 강화를 추진 중이며, 의회는 저커버그의 출석 및 증언을 요구하고 있다. 대미언 콜린스 영국 보수당 의원은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등에서 페이스북 플랫폼이 어떻게 쓰였는지, 저커버그가 직접 증언하토록 요청했다. 한편 영국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강화하면 페이스북의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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