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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페북 개인정보 유출 회사, 정치인에 접근 ‘성접대 공작’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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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대선때 5천명 개인정보 유출한 회사 ‘CA’

정치인에 뇌물·공작 등 제안하는 영상 공개돼

“후보자 집 근처에 여성들 보내 녹화하겠다”

전 백악관 전략고문 배넌과 함께 심리전 공작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페이스북 사용자 5천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영국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정치인 흠집 내기 공작을 펼친 의혹도 부각되고 있다.

영국 텔레비전 <채널4 뉴스>는 19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닉스가 정치인들을 유인해 수뢰 등으로 흠집내기 공작을 제안하는 장면을 기록한 영상을 보도했다. 이 방송은 위장한 기자가 닉스에 접근해, 정치인 흠집 내기를 의뢰하자 이같은 제안을 했다.

닉스는 어떤 ‘신변 파헤치기’를 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그 이상을 많이 한다”며 특정 개인을 겨냥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닉스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좋은 거래를 제안해 그걸 비디오로 녹화한다”고 말했다. 닉스는 또 “그 후보자의 집 근처에 여성들을 보낼”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아주 이쁘고, 그게 잘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닉스는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어떤 것을 했는지 사례들을 지금 주겠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스리랑카 선거에서 당선되기를 원하는 부자 고객의 해결사로 위장해, 닉스에게 이같은 의뢰를 했다. 닉스의 이같은 제안은 이 회사가 정치인들의 신변을 들춰내거나 유인해서 이를 기록해 온라인 등에서 공개하는 공작을 펼쳐온 의혹을 시사하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채널4 뉴스>의 이 보도가 카메라에 잡힌 대화를 “지독히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성명을 내고 “대화에 동조하고 우리 고객이 당황하지 않도록, 우리는 일련의 익살스런 가정적 시나리오를 즐겼다”고 말했다. 성명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함정수사나 뇌물, 혹은 이른바 미인계를 용납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 5천만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이른바 ‘정치적 심리전'을 펼친 사실이 공개됐다. 이같은 사실은 이 공작에 개입했던 캐나다 국적자 크리스토퍼 와일리(28)가 지난 17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와일리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2014년 미국의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의 스티브 배넌 밑에서 일하며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빼내 정치적 심리전에 이용하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와일리는 “내가 배넌을 위한 심리전 도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배넌은 선거 때 트럼프 선거운동의 ‘최고경영자’를 맡았고,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발탁된 트럼프의 핵심 참모였다.

페이스북도 지난 17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케임브리지대학의 한 교수가 만든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인정했다.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수백만 미국인 유권자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심리적 프로필을 구축했다며, 이 회사의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에 이 회사의 주가는 19일 장중 7% 이상 하락했다. 이 여파로 애플과 구글 등 다른 정보통신 회사 주가도 급락했다.

이 사태와 관련해 영국 정보위원회의 엘리자베스 던햄 위원장은 19일 영장을 발부받아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데이터베이스와 서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던햄 위원장은 이미 이 회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라며 강력한 추가적인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던햄 위원장은 이미 이 회사에게 이날 현지시각으로 오후 6시까지 데이터베이스와 서버에 대한 접근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그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던햄 위원장은 “그들의 대응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겠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미국 특검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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