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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푸틴은 왜 '크림반도 합병 기념일'에 대선을 치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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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주의 마케팅 최대한 활용
장기집권 노리는 21세기의 '차르'
스탈린 '30년 독재' 넘어설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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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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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66)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치룬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21세기판 '차르'에 공식 등극했다. 그는 앞으로 6년간 더 대통령을 수행할 수 있게 됐으며, 2024년까지 대통령을 수행할 경우, 24년간 러시아를 통치하는 장기집권자로 역사에 남게 된다.

그런데 대선일이었던 3월18일은 지난 4년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가 러시아로 합병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했다. 2014년 2월 발발한 크림 사태로 러시아군과 크림반도 내 친러시아파가 결탁, 크림 공화국이 형성됐으며 바로 한달 뒤인 3월18일, 주민투표를 통해 크림반도는 러시아로 귀속돼 현재까지도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날을 유독 강조할 뿐만 아니라 대선일도 직접 이 날로 지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푸틴 행정부는 크림반도 반환은 절대 없을 것이라 천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주요 정치적인 케치프레이즈인 '강한 러시아'의 부활과 강력한 애국주의 마케팅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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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크림 사태 이후 분열된 우크라이나 지도. 붉은색이 짙을수록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 비율이 높은 지역(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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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영국과 스파이 암살 사건을 두고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더욱 올라갔다. 애국주의 마케팅에 힘입은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대선 때 기록한 가장 높은 지지율은 71.3%보다 더 높은 76.7%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러시아 국민들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서방에 대한 '공포심리'를 적절히 활용한 선거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러시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서방 공포'는 역사가 긴 편이다. 러시아가 강력한 서구의 침략을 두려워하게 된 계기는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으로부터 시작됐으며 이후 1942년 나치 독일의 대대적인 소련침공과 전후 미국과 계속된 냉전,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찾아온 경제적 공황을 거치면서 서구에 대한 공포심리가 커졌다. 러시아인들 대다수는 아직도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겨루던 소련의 붕괴와 그후 찾아온 심각한 경제공황의 이유를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의 계략과 위협에 소련이 붕괴됐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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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민심을 등에 업고,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이 무사히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경우, 24년간 집권하게 된다. 러시아 내에서는 유명한 독재자이자 30년을 집권한 스탈린과 맞먹는 집권기간이다. 선출직 대통령으로만 따지면, 가장 긴 기간동안 집권을 하는 대통령이 된다.

서구 역사에서 공식적인 생몰연도가 남은 지도자 중 가장 오랫동안 집권한 지도자는 루이14세로, 그의 재위기간은 72년이었다. 현대 독재자 중 가장 긴 통치기간을 자랑한 독재자는 2011년 사망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로 무려 49년이나 집권했다. 3대 세습 독재로 유명한 북한의 김일성의 경우에는 46년간 집권해 현대 독재자 중 두번째로 긴 통치기간을 자랑한다.

푸틴이 이런 장기집권 기록들에 도전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현행 법을 바꾸지 않는 한, 푸틴 대통령은 2024년 임기를 마친 이후엔 연임제한에 걸려 다시 집권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대통령직에 물러난다고 해도 장기집권으로 다져진 그의 강력한 권력 토대를 고려하면, '포스트 푸틴'을 외치는 그의 후계자들도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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