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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파일] 문정지구 엉터리 관리하고 세금 들여 되사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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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정도시개발지구, 이른바 '문정지구'는 서울시가 10년 공들인 사업이다. 총면적 54만 8천 239㎡에 법조기관과 녹지, 신성장동력산업 등을 집적시킨다는 서울 동남권 최대 개발이다. 관련 고시에 밝힌 조성 목적은 다음과 같다.

"신성장동력산업 및 공공행정 지원시설을 계획적으로 유치하여 서울시 지속적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공간 조성"

이 구상의 핵심은 '앵커 시설'에 있다. 문정지구 안에 신성장동력산업지대를 구축한다며 일부 건물의 입주업종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으로 7개 블록 1만 1천 615㎡ 규모에 대해 '이용 용도를 특정'했다. 기업체 회의 공간, 산업교육시설, 연구소나 도서관 같은 스마트시티 관련 업체 등만 모아 미래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취지다.

실태는 달랐다. 앵커시설엔 엉뚱한 업종이 대거 입주해 있었다(▶ 신성장동력산업 공간이라더니…결혼식장·학원 '떡하니'). 산업 컨벤션 앵커시설엔 불법 예식장이 들어섰다. 스마트시티 관련 업체는 안 보이고 일반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산업교육시설로 쓴다던 곳에선 일반인 대상 취업학원까지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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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김세용 사장)는 문정지구 토지 매각·분양 뒤에도 5년 동안 입주관리를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용역을 통해 지금까지 3차례 '엉터리 업체'가 입주한 걸 확인한 게 전부다. 고시는 앵커시설 건물관리자가 이용현황을 종합해 분기별 1회 이상 SH공사에 신고하도록 하고, 입주기업 또한 사무실 임대·매매 때마다 열흘 안에 SH공사에 신고하게 돼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SH공사는 이에 대해 "건물 임대와 재임대로 이어지는 사인 간의 계약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뒤늦게 용도 외 업체들을 퇴거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물 일부를 앵커시설로 제약받는 조건으로 취·등록세 등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은 건축주는 건물 짓고 분양 마친 뒤 대부분 청산했다. 이들로부터 분양받거나 임대, 재임대해 영업 중인 업체들만 남았을 뿐이다. 지난 1월 송파구청으로부터 고발당한 예식업체의 경우 재임대로 업체를 운영 중인데 "임대인에게 앵커시설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퇴거당하면 수십억 원을 날릴 판이다. 이들은 임대인이나 서울시·SH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벼를 판인데, 정작 지구단위계획을 짠 서울시는 문정지구 입주실태를 챙기는 담당 공무원조차 두지 않고 있다.

'SBS 8뉴스' 보도 뒤 확인한 내용엔 말문이 막힌다. 서울시·SH공사의 앵커시설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SH공사가 잘못 쓰이고 있는 앵커시설을 다시 매집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금을 쓰겠다는 얘기다. 애초 계획대로 관리를 안 해 이 상황을 초래했다는 반성은 찾을 수 없다. 문정지구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 사무실 매매 프리미엄은 이미 분양가 대비 최대 1억 5천만 원 선까지 뛴 상황. 1만 6천여㎡를 프리미엄 얹어 다시 되사겠다는 발상은 과연 미세먼지 잡겠다며 공짜 대중교통에 150억 헛돈 썼던 서울시의 공기업답다 해야 할까. 이러니 서울시가 세금 알길 우습게 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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