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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것저것 다 넣다가…결국 망하는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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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는 평생의 꿈이다. 하지만 ‘집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땅집고는 예비 건축주들의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개설한 ‘제1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의 주요 강의 내용을 엮은 건축 지침서 ‘실패하지 않는 내집짓기’(감씨)를 최근 출간했다. 건축계 드림팀으로 불리는 5인의 멘토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건축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패하지 않는 내집짓기] 좋은 건축주가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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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주거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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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싫은 책은 덮어둘 수 있고, 듣기 싫은 음악은 피할 수 있지만 당신 집앞의 보기 싫은 건물은 치울 수가 없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인 렌조 피아노(Piano)의 말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건축 PD로 활동 중인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대표는 최근 출간한 ‘실패하지 않는 내집짓기’를 통해 좋은 건축주가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선 실패하는 건축주 사례를 들었다. 대표적인 유형이 ‘내가 뭘 원하는 지를 모른다’는 것. 심 대표는 “가족들이 가끔 와서 놀 수 있는 별장, 부모님이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지으려고 했다가 화장실만 무려 7개를 넣게 된 건축주가 있었다”면서 “정말로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를 생각지 않고, 이것도 좋다는 식으로 계속 넣다보면 기괴한 건물이 탄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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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 일대 상가주택. 예비 건축주는 설계 단계부터 예산, 시공기간, 하자보수 문제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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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실패 케이스도 지적했다. 바로 ‘정리되지 않는 건축주’다. 그는 “10년 동안 전국의 예쁜 펜션만 보고 돌아다닌 건축주가 막상 자신의 펜션을 지으려다가 설계 과정부터 틀어진 경우를 봤다”면서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확실한 자기만의 기준과 전략이 없었던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건축주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심 대표는 4가지를 꼽았다.

우선 건축주 스스로 뭘 원하는 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지기지피(知己知彼)’다. 대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건축주 대부분은 대략의 면적과 방 갯수 등 두루뭉술한 대답을 하게 된다.

이런 일은 건축주가 집에 대한 분명한 생각없이 건축가부터 찾아갈 때 흔히 일어난다. 심 대표는 “내가 뭘 원하는 지 모르면 절대로 좋은 집을 지을 수 없다”면서 “내가 지은 집에서 10년 이상 살아가야 한다면 집과 집에서의 생활을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건축주 입장에서 정확하게 무엇이 필요하고,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고 유지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 시공과 관련해 비용 절감만을 최우선 목표로 하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시공사와 계약했더라도 실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 대부분은 시공 지식이 없다. 그렇다고 시공사가 내놓는 견적을 100% 믿는 경우도 거의 없다. 심 대표는 “현실적으로 시공사도 회사이다 보니 어디서든 이익을 찾아간다. 결국 가격이 싸다고 좋은 게 아니다”면서 “건축가든, 시공사든 ‘현실적으로 어렵다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식으로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 믿을만 하다”고 했다.

셋째, 전체 공정과 예산·기간·상황·법규 등에 대해 건축주가 기본적인 내용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산 문제는 집짓기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예산을 무조건 많이 잡는 게 아니라 공사 기간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기간은 늘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 비용을 줄이려면 미리 하자 등 문제 발생시 대처 요령을 숙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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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세대주택. 전문가들은 건축 디자인 요소보다 시공비용 측면에서 비슷하게 지어진 주택이 많다고 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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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비용의 경우, 아낄 때 아끼고 쓸 때 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시공비, 인테리어비, 가구비 등에는 관대한 반면 설계에 드는 돈은 아까워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좋은 설계의 가치는 설계 비용 이상일 수 있다”며 설계비에 대한 합당한 투자를 강조했다. 전체 예산에서 10% 정도 차지하는 설계비를 조금 아끼는 것보다 90%의 공사비에서 아끼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것이다.

심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건축주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후회할 수 밖에 없다”면서 “예비 건축주들은 최소한 앞서 언급한 조건만이라도 갖춰야 불필요한 노력과 시간, 돈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오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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