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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63] 세계 수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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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지난 3월 16일은 ‘세계 수면의 날’이었다. 세계수면의학협회가 2008년부터 수면 장애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매년 밤낮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춘분 바로 전 금요일마다 잠의 소중함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수면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비용이 미국에서만 연간 400조달러에 이른단다. 대한수면학회는 최근 ‘건강한 수면 7대 수칙’을 발표했다. (1)수면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라 (2)주말에 너무 오래 자지 말라 (3)낮에는 밝은 빛을 쬐고 밤에는 빛을 피하라 (4)지나친 카페인 섭취와 음주를 삼가라 (5)졸리면 낮잠을 자라 (6)늦은 저녁 운동은 피하라 (7)수면 장애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지금으로부터 600만 년 전 인간 조상이 침팬지 조상과 헤어져 아프리카 초원으로 진출할 때에는 이 같은 수칙을 지킬 수 없었다. 불을 사용하고 안전한 주거 시설을 확보한 다음에야 숙면을 즐겼을 것이다. ‘단잠을 자다’를 영어로는 흔히 ‘아기처럼 자다(sleep like a baby)’라고 한다. 하지만 아기가 자는 모습은 새근새근 평화로울지 모르지만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수면이 아니다. “아기처럼이 아니라 남편처럼 자고 싶다”는 서양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미국 듀크대 영장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인간이 영장류 중에서 가장 수면 시간이 짧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겨우 평균 7시간을 자는 데 비해 남미에 사는 ‘세줄무늬올빼미원숭이’는 무려 17시간이나 잔다. 인간의 생리와 생태를 감안할 때 우리의 적정 수면 시간은 9.55시간이란다.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매일 이만큼 잔 사람이 있다.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한편 다빈치는 평생 20분에서 2시간 길이의 벼룩잠을 이어 붙여 하루에 겨우 5시간을 잤단다. 그러면서도 “활기찬 하루가 행복한 잠을 부르듯, 잘 산 인생이 행복한 죽음을 가져다준다”고 했다니 벼룩잠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나 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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