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문제투성이 바둑리그, 전면 대수술 시급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화요바둑]

37억 쏟아붓고도 시청률은 23위, 무작위 오더制로 빅매치 실종

승부결정 후에도 맥빠진 '마무리'… 차등 배점제·예선 부활 등 절실

한국바둑리그(이하 바둑리그)가 국내 기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 시즌 8개월 동안 최상위 기사 70여 명이 400여 판을 소화하는 무대다. 37억원(퓨쳐스 3억원 포함)에 달하는 대회 규모도 나머지 10여 개 기전을 합한 액수(26억원)를 압도한다. 전통 기전이 줄지어 사라질 때마다 한국기원은 "단체전인 바둑리그로 대체된 셈"이라고 강변해왔다.

그렇다면 바둑리그는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을까. 각종 지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의 2017년판 종합자료에 따르면 바둑리그 시청률은 0.274%(유료방송가구 기준)로 전체 바둑 프로그램 중 23위, 국제전을 빼도 5위에 머물렀다. 이벤트 행사인 유안타증권배(0.354%)보다도 뒤졌고 바둑춘향선발대회(0.230%)와 비슷했다.

조선일보

각 팀 주전들의 맞대결을 적극 유도, 바둑 붐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이세돌(오른쪽)과 안국현이 지난 시즌 대국 후 복기 중인 모습. /한국기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둑리그가 이런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5판을 무작위, 동일 배점으로 치르는 오더(order) 방식이 '주범'이다. 1~2지명자들 간의 빅 매치는 가뭄에 콩 나듯하고 감독 간 눈치 싸움이 팀 승패를 결정한다. 결과가 뻔한 카드들 틈에서 시청률이 오를 리 없다. 3대0 또는 3대1로 승부가 났는데도 5국까지 강행하는 정규 시즌 방식도 문제다. 어느 나라, 어떤 종목에도 없는 맥 빠진 진행이 바둑을 재미없는 게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하는 묘수가 있다. 1~5국에 차등 배점을 주어 5국이 모두 끝나야 승리 팀이 결정되도록 바꾸는 것. 4·5국의 비중을 높여 각 팀 에이스의 후반 배치를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빅매치가 쏟아진다. 물론 대국료도 순번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중국 리그는 주장전에만 가산점을 주는데 이를 확대하는 셈이다.

2승 팀이 3승 팀을 이기는 경우가 나올 수 있지만 문제 될 게 없다. 최고 스포츠인 프로축구가 승리 팀 승점을 2점에서 3점으로 높인 것은 공격적 플레이를 유도해 팬을 끌어들이려는 방책이다. 배구 역시 세트 득실 개념을 가미해 승수와 승점이 따로 움직인다. 많은 종목이 승리 횟수보다 질(質)을 앞세워 관중 동원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없앤 예선 부활도 절실하다. 승부 세계는 결과로 말한다. "기사 80%의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감독 9명에게 선발 전권을 주는 건 반민주적"이란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퓨쳐스(2부리그) 9명만 선발하는 예선을 36명(5지명자 및 퓨쳐스 3명) 정도로 확대해 기사 사회의 의욕을 부추겨야 한다. 50명쯤 뽑아 각 팀의 선택 폭을 넓혀줄 수 있다.

바둑리그는 아직도 계약제를 못 이뤄 기사들이 매년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등 미해결 과제가 수두룩하다. 중국에 뒤지게 된 원인이 속기(速棋) 일변도 편성 때문이란 '바둑리그 원죄론'에도 이제 답을 내놔야 한다. 16번째 시즌(6월 개막)을 맞는 바둑리그가 올해도 덩치만 크고 속은 텅 빈 '연례 행사'에 그친다면 바둑계에 미래는 없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