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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체지방 감소·피부 관리 적이 아닌 동지로… 프로바이오틱스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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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腸)내 미생물이 장 점막을 보호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이제 잘 알려져 있다. 장내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든 요거트는 장이 약한 이들에게 필수품이 됐다. 최근엔 프로바이오틱스가 위와 피부 건강에 도움된다는 보고가 나왔다. 혈중 콜레스테롤·당뇨 감소, 관절염·아토피 등 자가면역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프로바이오틱스의 재발견'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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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이오틱스의 진화…위·피부 건강에 체지방 감소까지

장에는 100조 마리에 달하는 유익균·무해균·유해균이 산다. 장내 세균을 합친 무게만 무려 1.5㎏. 이 중 유해균 증식이 활발해지면 피부 트러블·변비·두통·대장암 같은 질병이 나타난다. 반대로 프로바이오틱스가 늘면 장 건강이 좋아진다. 유산균을 포함한 모든 유익균을 합쳐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점막을 보호하고 유해균을 억제해 체내 면역 물질의 70%를 만든다. 우크라이나 생물학자 일리야 메치니코프(1845~1916)가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뒤, 지금까지 프로바이오틱스는 '착한 균'으로 특별 대접을 받았다.

요즘 연구는 한발 더 나아갔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다양한 효능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을 없애 위를 보호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하는 위암 유발균이다. 한국 성인의 70% 이상이 감염자다. 보균자가 드문 미국이나 호주와 비교되는 수치다.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HP7'이라는 특허 유산균을 섭취하면, 위 점막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균을 줄이는 데 도움될 수 있다.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HP7은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가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이다. 총 800여 종(種) 유산균 중 생존력이 가장 우수하고 활용성 높은 유산균을 최종 선정해 실험한 결과, 항(抗)헬리코박터균 기능이 확인됐다. 발효유나 음료로 섭취할 수 있는 농도의 유산균 투여만으로 헬리코박터균을 퇴치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유산균으로 피부를 관리하는 '피부 유산균' 시대도 열릴 전망이다. 건강한 산모의 모유에서 추출한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HY7714'를 활용하는 분야다. 아직 상품화 전이지만,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의 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이중 기능성 원료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능성 원료 인정을 받았다.

체지방을 줄이는 유산균도 있다. 김치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러스 커베터스 HY7601'과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KY1032 2종'을 섭취했을 때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됐다.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도 90%가 장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미국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거슨이 장을 '제2의 뇌'라 불렀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확대…변 이식 치료도 각광

프로바이오틱스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연구는 현재 국가 간 경쟁이 뜨겁다. 체내 미생물의 유전 정보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 치료와 난치병을 치료하는 분야다. 미국은 2008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중국·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연구를 시작했다. 대표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법 중 하나가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환자에게 이식해 대장염을 치료하는 '변 이식'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물에 넣은 뒤, 물 위에 뜨는 균을 모아 상대 항문으로 주입한다. 치료 성공률은 80%다. 임신혁 포항공대 기초과학연구원 교수는 "변 이식은 단시간에 가장 확실하게 장내 세균의 구성 비율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이 치료가 다른 질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추가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발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총 80억원을 투입해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크 구축과 활용 촉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민간 기업도 연구를 시작했다. 일동제약은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엠디헬스케어와 함께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난치성 질환 극복에 나서기로 했다. 식품 업계에선 한국야쿠르트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류머티스성 관절염 제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량 프로바이오틱스 꾸준히 먹어야 효과

일상에서 장내 프로바이오틱스를 늘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든 식품을 섭취하거나 ▲유산균 먹이인 식이섬유가 많이 든 채소·과일 등을 먹고 ▲육식·가공 식품 등 유해균이 좋아하는 음식물 섭취를 피하는 것이다. 김치·된장·요거트 등 발효 식품에 프로바이오틱스가 많다. 하지만 식품으로 섭취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위산에 취약해 장까지 도달할 확률이 20~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고용량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유산균 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다양한 유산균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음료나 분말에 그쳤던 제품군이 젤리·초콜릿·과자·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동현 경희대 약학대학 교수는 "생리 활성이 우수한 유산균이 포함된 제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장내 프로바이오틱스 증식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어떻게 고를까]

Q 프로바이오틱스가 얼마나 든 제품이 좋을까?

A 한 번에 최소 1억 마리를 섭취해야 한다. 상당수 균이 위산에 파괴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농도 유산균이 든 제품이 좋다.

Q 어떤 균을 고를까?

A 식약처가 인정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는 ▲락토바실러스 ▲비피더스 ▲락토코커스 등이다. 여러 종류를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을 살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Q 하루 중 언제 먹어야 하나?

A 식사 중에 섭취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복에 먹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린다. 다수 연구자는 일정한 시간에 꾸준하게 섭취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Q 브랜드마다 보관법과 유통기한이 다 다른데?

A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 있는 균이다. 유통 중 깨어나 죽을 수 있으므로 냉장 보관하는 제품이 좋다. 제조한 지 오래된 제품보다 막 제조한 게 낫다.

Q 프로바이오틱스가 많이 든 음식은?

A 프로바이오틱스는 바나나·양파·아스파라거스·우엉·마늘·벌꿀·치커리·돼지감자 같은 식품에 많이 들었다.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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